한전부지 옛 주인 봉은사는 고승 배출한 불교 성지

한전부지 옛 주인 봉은사는 고승 배출한 불교 성지

입력 2016-02-03 15:50
업데이트 2016-02-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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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대사, 서산대사 등 활동…법정 스님 “한수 이남의 요긴한 도량”

대한불교조계종이 3일 환수하겠다고 나선 서울 강남구 옛 한전부지의 과거 소유주인 봉은사(奉恩寺)는 수많은 고승을 배출한 불교 성지다.

봉은사는 연회국사가 신라 원성왕 10년(794)에 견성사(見性寺)라는 명칭으로 창건했으며, 조선시대에 전국적인 사찰로 부상했다.

조선 성종의 능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임금의 은혜를 받든다는 뜻인 봉은사로 명칭이 바뀌었고, 주변의 많은 땅을 갖게 됐다. 또 승과고시를 치르는 승과평(僧科坪)이 되면서 불교 승려를 배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실제로 봉은사에서는 보우대사와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역사적인 고승들이 활동했다.

봉은사는 일제강점기 선종 대본산이었으나 1939년 화재를 겪은 뒤 1960년대 불사를 통해 재건됐다.

당시 봉은사는 한전부지와 코엑스 일부, 경기고등학교에 이르는 넓은 땅을 소유했다. 하지만 영동 지역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스님들이 농사를 짓기도 하는 한적한 사찰이었다고 전한다.

봉은사가 한전부지 8만㎡(2만4천평)를 포함한 33만㎡(10만 평)의 소유권을 정부에 넘긴 1970년은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옛 총무원 건물인 불교회관 건립과 동국대에 필요한 공무원교육원 매입을 위해 큰돈이 필요했던 조계종이 강남 개발 계획을 세운 정부와 토지 거래를 한 것이다.

하지만 봉은사 땅 매각을 두고 조계종은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고 당시 총무원장 월산 스님이 물러나기까지 했다.

봉은사 매각에 반대했던 법정 스님은 “봉은사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거나 불교 중흥의 도량이라는 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한수 이남에 자리잡은 입지 여건으로 보아 앞으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도량”이라고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또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봉은사 같은 중요 도량의 처분 문제는 작지 않은 일이므로 불자들 다수의 의견이 집약돼 역사적인 과오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2007년부터 한전을 상대로 수의매각을 요청했으나 실패했고 지난해 법률 검토를 거쳐 3일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환수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토지 매각 당시 봉은사는 조계종 직영사찰이 아닌 개별사찰이었지만 계약은 봉은사 대신 총무원 명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즉 토지를 매입한 상공부가 잘못된 상대와 거래했으므로 원인 무효라는 주장이다.

조계종은 등기를 거쳤던 모든 회사를 대상으로 말소등기 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46년전 일어났던 일이고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커 조계종이 온전히 땅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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