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시장 1천억원 시대 눈앞…올 상반기 627억원

미술품 경매시장 1천억원 시대 눈앞…올 상반기 627억원

입력 2015-08-10 09:34
업데이트 2015-08-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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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시장 활성화” 평가 vs 일각선 “상생 저해 우려” 논란 지속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형 미술품 경매사가 설립된 이후 17년 만에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가 1천억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10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매년 낙찰총액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미술품 경매사 8개사를 기준으로 지난해 경매액이 전년보다 약 35.6% 증가한 981억원으로 집계된 데 이어 올 상반기까지 작년의 64% 수준인 627억원을 기록했다.

미술계에서는 올해도 경매시장 성적이 좋은 편이어서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시장 규모 1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술품 경매에 관심이 쏠리면서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화랑계 일부에선 주요 경매사와 갤러리의 관계, 잦은 경매 횟수 등으로 상생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 1998년 2억원도 안돼…17년 만에 500배 가까이 성장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첫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이 설립된 1998년에는 이 회사 경매 자료만 있어 총액이 1억8천여만원(10~12월)을 기록했다.

2005년 9월 경쟁사인 K옥션이 생기면서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양대 회사로 크게 구분됐다.

꾸준히 성장하던 경매시장 규모는 2010년 948억원, 2011년 902억원, 2012년 893억원, 2013년 724억원 으로 경기 여파 등에 영향을 받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2007년 호황을 누리던 미술시장이 이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금융 이슈 여파 등으로 계속 규모가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단색화 가격이 작가에 따라 크게 상승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이는 그만큼 미술 시장에 관심이 많아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올 하반기에도 시장 규모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술계에서도 지난해 단색화가 국내외 경매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에서 인기를 얻었고 경매사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해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진행된 전체 미술품 경매는 서울옥션 8건, K옥션 11건 등 총 44건이었으며 이 중 온라인 경매가 66%를 차지했다.

K옥션은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고 온라인경매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차별화를 위해 지난달 300만원 이상 중가 작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서울옥션이 지난달 진행한 온라인 경매 ‘이비드(eBID) 나우(NOW)’에선 특정 작품에 55회 응찰이 이어지는 등 관심을 받았다.

취미나 재테크 등으로 미술품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매에 선보이는 근현대 작가군을 다양화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 “미술품 시장 활성화” vs “상생 저해 우려” 논란

주요 미술품 경매사는 경매 결과를 토대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갤러리 일각에선 “2차 시장으로서 기능을 해야 할 경매가 과열돼 시장을 왜곡하고 갤러리와의 상생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올해 2월 추대된 한국화랑협회 박우홍 회장은 당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미술품 경매시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투자 열기가 과열되고 화랑이 해야 할 1차 시장 기능과 충돌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부 갤러리는 경매사에 갖는 뿌리 깊은 불신의 시선을 여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여러 화랑은 대형화랑이 경매회사 대주주로 참여해 자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경매에 내 시장가에 반영시킨다는 등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서울옥션 이옥경 대표이사는 가나아트와 서울옥션을 설립한 이호재 회장의 여동생이다.

K옥션은 출범 당시 갤러리현대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K옥션 도현순 전무와 도형태 갤러리현대 부사장은 갤러리현대 창업자인 박명자 회장의 아들이다.

복수의 갤러리 대표는 “두 갤러리와 경매사가 별도로 운영된다고는 해도 왠지 의혹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며 “과거에, 전시 중인 작가 작품 가격이 경매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출품돼 작가의 창작의욕이 꺾이거나 기존 컬렉터로부터 항의를 받은 사례도 접했다”고 주장했다.

K옥션 측은 “경매사는 화랑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분리된 기업”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경매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건 고객이지 경매사가 아니다”라며 “경매시장은 이러한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품 경매가 생기면서 유통이 활성화되고 시장 규모도 커졌다”며 경매사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한 뒤 “갤러리들도 경매사 설립 초기보다 그 역할과 기능을 평가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옥션 측은 “국내 갤러리가 주축이 돼 주요 경매사를 설립했다는 구조적 측면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결과는 시장의 흐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경매 횟수가 많아졌다는 일부 화랑의 불만도 있는데, 경매는 시장과 고객 요청에 의해 이뤄진다”며 “경매사와 갤러리의 선순환과 상생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미술계 한 인사는 “기업이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경매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이 시점에서 일각에서 이어져 온 논란을 해소할 방안은 없는지 안팎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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