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한류 이젠 때가 됐죠!”

“패션 한류 이젠 때가 됐죠!”

입력 2011-07-20 00:00
업데이트 2011-07-2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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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블라우스’ 히트 친 꼼빠니아 박정예 실장이 말하는 세계 속 한국 패션

“이제 우리나라 패션도 뜰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의 무대 의상이나 드라마에서의 패션 감각이 인정받지 못했다면 한류가 있었을까요?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은 빠르고 부지런합니다.” ‘김연아 블라우스’로 유명해진 박정예(작은 42) 디자이너는 K팝(POP) 붐의 숨은 주역 가운데 하나는 패션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의류 브랜드 ‘꼼빠니아’의 디자인실장이기도 한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더반 프레젠테이션에서 김연아 선수가 입었던 흰 블라우스를 디자인했다. ‘완판녀’라는 김 선수의 별명답게 풍성한 소매와 큼지막한 리본이 포인트였던 이 블라우스는 모두 팔린(완판)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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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붐 뒤에는 앞선 감각의 패션도 한몫했다. 사진은 걸그룹 소녀시대.
K팝 붐 뒤에는 앞선 감각의 패션도 한몫했다. 사진은 걸그룹 소녀시대.


“심사위원들에게 성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던 디자인 전략이 주효했다.”는 박 실장은 “3~4년 전부터 시장 조사를 위해 해외 출장을 가면 우리 패션이 유행을 같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에 가더라도 외국의 패션이 새롭게 다가오기보다는 한국의 패션과 같이 가는 느낌이라는 얘기다.

●한국인들 패션 관심↑ 충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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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예 실장
박정예 실장


1960년대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열기 시작했던 일본의 디자이너 가운데 레이 가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 등은 1980년대 세계 유행을 선도하며 여러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파리에서 여러 차례 패션쇼를 연 장욱진 디자이너는 “세계인들은 1980년대에 일본 디자이너들로부터 찾았던 ‘새로운 패션’을 이제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실장이 파악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유난히 까다롭고 변덕이 심한 데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에 비해 브랜드 충성도는 낮다. 여름에 자주 입는 흰색 면티나 청바지와 같은 편한 옷도 몸에 잘 맞는 피팅감 등 높은 품질을 요구한다.

한때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 등 유명 도시에서 열리는 패션쇼인 해외 컬렉션을 그대로 베낀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부도가 나는 등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베끼기만 하는 브랜드는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해외 패션쇼가 동시에 생중계되거나 사진이 바로 뜨면서 소비자들의 눈도 더 높아지고 예리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더반에서 김 선수가 입었던 겉감과 속감의 색깔이 다른 망토도 해외 브랜드 ‘셀린느’의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올봄·여름을 겨냥해 내놓았던 의상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망토는 재작년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복고풍 의상입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보면 김 선수의 검정 망토에서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던 리틀 에인절스의 단복이 떠오르지 않나요. 단순하게 디자인을 베끼기에는 이미 정보가 공개됐고,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습니다.” 유행에 따라 각 브랜드마다 비슷비슷한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지만 고유의 브랜드 색깔이 디자인에 반영된다는 게 박 실장의 얘기다.

패션 관계자들이 김 선수의 패션을 높이 사는 부분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 브랜드의 옷을 입는다는 점이다. 더반에서는 꼼빠니아, 제일모직 구호, 한섬의 타임, 플라스틱 아일랜드 등의 옷을 입었다. 배우 소지섭과 함께 특별 공로상을 받은 ‘2011 한국 관광의 별’ 시상식에서도 국내 브랜드 미니멈의 검정 원피스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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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온 흰색 블라우스. 풍성한 소매와 큼지막한 리본이 특징. 연합뉴스
김연아 선수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온 흰색 블라우스. 풍성한 소매와 큼지막한 리본이 특징.
연합뉴스


●김연아·미들턴·미셸의 공통점은…

“영국의 왕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톱숍, 알렉산더 매퀸과 같은 영국 브랜드의 옷을 입고,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갭이나 미국 디자이너 바버라 티프랭크의 원피스를 입는 것은 사소하지만 파급 효과가 무척 큽니다.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자리에 갈수록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 선수가 국내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아직 20대의 젊은 나이이기에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또래 젊은 층이 엄두 내기 어려운 값비싼 해외 유명 상표의 옷을 걸쳤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이 퇴색됐을 것이라고 박 실장은 말했다.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김연아 스타일’이 화두다. 김 선수처럼 ‘블랙&화이트’로 무장해 세련되고 우아한 감각을 뽐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남녀를 떠나 옷 잘 입는 패셔니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박 실장이 들려주는 핵심 비결은 “티피오”였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게 입어 자신의 가치를 높이라.”는 조언이다.

박 실장은 “요즘 젊은 여성들은 꼭 파티에 가는 것처럼 예쁘게만 차려입는 경향이 있다.”고 쓴소리했다.“그동안 베꼈든, 베낀 것에서 재창조했든 한국 패션도 정보기술(IT) 산업만큼 발전했습니다. 제일모직의 구호 등은 세계화가 충분히 가능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박 실장은 ‘패션 한류’ 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세계와 유행을 함께한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자부심도 잊지 않고 주문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7-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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