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Zoom in] 유럽 최대 음악제 ‘유로비전’ 이스라엘 개최…유대주의·범죄 행위 미화에 참가 여부 논쟁

[월드 Zoom in] 유럽 최대 음악제 ‘유로비전’ 이스라엘 개최…유대주의·범죄 행위 미화에 참가 여부 논쟁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05-01 23:02
업데이트 2019-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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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 3월 22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들레헴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 3월 22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들레헴 AFP 연합뉴스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리는 ‘2019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유로비전 음악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시청자가 2억명에 달하는 영향력 있는 행사를 통해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범죄 행위를 미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바·셀린 디옹 등 배출… 작년 이스라엘 우승

유로비전은 냉전이 한창이던 1956년 유럽방송연맹(EBU) 주도로 서유럽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시작됐으며, 아바(1974년)와 셀린 디옹(1988년) 등 세계적인 가수를 배출하면서 권위 있는 행사로 발돋움했다. 이스라엘은 1973년 처음 유로비전에 참가했으며 1978년과 1979년, 1998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네 차례 우승했다. 이스라엘은 1979년과 1999년에 예루살렘에서 유로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로비전에서 이스라엘 가수 네타 바르질리아가 우승하면서 이스라엘이 올해 개최국으로 선정됐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대인 민족주의 성향을 보여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동예루살렘과 시리아 골란고원까지 이스라엘의 주권을 확대하는 등 강경책을 펼치자 이에 대한 비판이 유로비전에 대한 거부 움직임으로 확산됐다.

반(反)이스라엘 문화시민운동 단체인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BDS)는 “이스라엘은 유로비전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과 범죄 행위를 가리려 한다. 2018년 유로비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직후에도 가자 지구에서 6명의 아이를 포함해 62명의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개최 거부를 촉구했다.

지난 1월에는 영국 사회운동가인 로저 워터스 등이 “유로비전은 가벼운 엔터테인먼트지만 인권에 대한 고려를 배제할 수는 없다. 영국 BBC는 올해 유로비전 방송 송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워터스는 팝스타 마돈나에게도 유로비전 출연을 제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로비전 거부 땐 유럽 연대 정신 공격받아”

그러나 유로비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코미디언 겸 배우인 스티븐 프라이와 방송인 샤론 오즈번, 세르비아의 공연예술가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은 “개최국이 이스라엘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로비전이 거부당하면 유럽 대륙을 아우르는 연대 정신이 공격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폴린폴리시는 “반유대주의 범죄와 인종차별 정서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이번 유로비전 참가를 거부하면 안팎으로 격렬한 비판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05-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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