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탈 쓴 ‘욕망의 악마’ 교황청 지도부에도 있었다

신부의 탈 쓴 ‘욕망의 악마’ 교황청 지도부에도 있었다

최훈진 기자
입력 2019-02-26 23:34
업데이트 2019-02-2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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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측근 서열 3위 재무원장 펠 추기경
23년 전 소년 성가대원 2명 성적 학대
재심서 ‘유죄 평결’… 최대 50년 징역형
美 아이오와주 성학대 사제 28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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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인 조지 펠 추기경이 26일 모국인 호주 멜버른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2월 펠 추기경의 아동 성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으나 법원의 보도 금지 명령으로 평결이 나온 지 2개월여 만인 이날 펠 추기경이 법정에 출석한 가운데 평결 결과를 공개했다.  멜버른 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인 조지 펠 추기경이 26일 모국인 호주 멜버른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2월 펠 추기경의 아동 성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으나 법원의 보도 금지 명령으로 평결이 나온 지 2개월여 만인 이날 펠 추기경이 법정에 출석한 가운데 평결 결과를 공개했다.
멜버른 EPA 연합뉴스
‘교황청 서열 3위’로 평가되는 교황청 재무원장인 호주 출신 조지 펠(78) 추기경이 23년 전 13살짜리 소년 성가대원 2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이 내려졌다. 펠 추기경은 선고심에서 최대 5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교황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자문단(추기경 평의회)에서 제명된 펠 추기경은 지금껏 아동 성학대로 기소된 가톨릭 성직자 가운데 최고위직 인사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지난해 12월 16세 미만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펠 추기경에 대해 열린 재심에서 만장일치로 유죄평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8월 1심 재판에서 배심원의 의견불일치로 재판 무효가 선언됐으나 검찰의 재기소로 열린 재심에서 결국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평결 결과는 지난해 5월 법원이 내린 보도 금지 명령으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다가 검찰의 반대로 명령이 해제되면서 2개월여 만에 이날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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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 추기경은 55세였던 1996년 말부터 1997년 초 성 패트릭 성당에서 미사가 끝난 뒤 성찬식 포도주를 마시던 성가대원 2명을 붙잡아 성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1명은 펠 추기경이 강제로 구강성교를 한 뒤 쭈그리고 앉아 성기를 애무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한 명의 피해자는 2014년 마약 과용으로 숨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로마에서 ‘미성년자 성학대 대책회의’를 열어 “아동 성학대를 벌인 가톨릭 성직자는 신의 분노를 살 악마의 도구”라고 강하게 비판한 직후 평결 결과가 알려지면서 교황의 권위는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7년 6월 펠 추기경의 모국인 호주 검찰이 복수의 아동성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하자 성명을 내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펠 추기경의 혐의에 대한 유죄평결이 내려지자 결국 그를 교황 자문단에서 제외시켰다. 펠 추기경은 즉각 항소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보석 허가를 받고 풀려난 그가 선고심이 시작되는 오는 27일 구속 수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미국 아이오와주 수시티 교구는 25일 교구 내 성학대 혐의를 받는 사제 28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교구는 최소 100명 이상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제들의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9-02-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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