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카 즐기고 대규모 결혼식… 이스라엘의 천국이 된 두바이

하누카 즐기고 대규모 결혼식… 이스라엘의 천국이 된 두바이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0-12-31 01:52
업데이트 2020-12-3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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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도 이스라엘 관광객 급증
지난달 항공기 운항… 최소 4만명 방문
현지 정육점 “매주 2000마리 닭 필요”
스타벅스에 ‘코셔 인증 메뉴’ 확대 요청
여행객 확진 늘고 테러 위협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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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첫 민간 상업여객이 시도된 지난달 8일 텔아비브를 출발해 두바이에 도착한 여객기에서 양국 대표단이 내리고 있다. 텔아비브~두바이 정기 항로는 같은 달 26일 개통됐다.  두바이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첫 민간 상업여객이 시도된 지난달 8일 텔아비브를 출발해 두바이에 도착한 여객기에서 양국 대표단이 내리고 있다. 텔아비브~두바이 정기 항로는 같은 달 26일 개통됐다.
두바이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6년째 거주 중인 랍비 레비 듀크먼(27)은 요즘 매일 흥분의 연속이다.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유대인 단체 관광객들을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서다. 얼마 전엔 유대교의 성탄절과 같은 ‘하누카’를 맞아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모국서 온 방문객들과 함께 촛불을 켜는 의식도 치렀다.

29일(현지시간) 미국공영방송(NPR)에 따르면 최근 두바이 곳곳은 전례 없는 이스라엘 방문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특히 유대교 월력의 아홉 번째 달 25일부터 8일간 진행되는 하누카가 올해는 지난 10일부터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바이를 찾아 연휴를 만끽했다. 유대인들의 음식인 코셔 식재료를 취급하는 현지 정육점에서 “매주 2000마리의 닭이 필요했다”는 너스레가 나왔을 정도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두바이 거리의 이스라엘 여행객 무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이스라엘과 UAE 간 직항편이 없었을 뿐더러, 이스라엘 항공기는 UAE 영공에 들어갈 수 없었다. UAE는 이스라엘 시민권자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중국적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이스라엘인이 UAE에 거주할 수 있었다.

두 나라의 관계는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UAE 간 관계정상화 합의가 이뤄진 뒤 빠르게 해빙됐다. 10월 20일 이스라엘과 UAE는 상호 여행비자 면제 협정을 발표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가 허용됐고, 시범운행을 거쳐 지난달 26일 저가항공인 플라이두바이가 두 나라 간 최초의 상업 비행노선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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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UAE 간 관계정상화가 이뤄진 지난 9월 이스라엘 방송사 i24가 유대인들의 종교적 식습관인 ‘코셔’(Kosher) 인증 음식을 준비하는 두바이 현지의 노력을 보도하고 있다. i24 유튜브 캡처
이스라엘·UAE 간 관계정상화가 이뤄진 지난 9월 이스라엘 방송사 i24가 유대인들의 종교적 식습관인 ‘코셔’(Kosher) 인증 음식을 준비하는 두바이 현지의 노력을 보도하고 있다.
i24 유튜브 캡처
현재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텔아비브에서 두바이까지 매일 15회의 직항편이 운항된다. 두바이를 여행한 이스라엘 관광객은 최소 4만명에 달한다고 NPR은 집계했다. 여행객이 늘면서 두바이 스타벅스에 ‘코셔 인증 메뉴’를 늘려야 한다는 요청이 제기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패키지 여행 외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세계 주요 관광지로의 여행이 사실상 중단된 점도 이스라엘인들을 두바이로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두바이 현지인들은 집에 머물고 외출을 자제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음성 입증 서류를 지녔다면 여행객들이 두바이 입국 뒤 자가격리 없이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좌석제이긴 하지만 두바이에선 관광객 대상 공연이 이어지고,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금지된 대규모 결혼식도 두바이에선 할 수 있다.

한편에선 갑작스러운 여행객 증가로 인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스라엘 매체인 예루살렘포스트는 “두바이 여행객들은 테러 위협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성 기사를 내보냈다. 항공기 탑승, 여행 중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아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17일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여행길에 올랐던 2명이 두바이 검역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30일 오전 현재 이스라엘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는 41만여명, UAE의 확진자수는 20만여명에 달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20-12-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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