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버금가는 이란의 인터넷 통제..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 눈길

중국 버금가는 이란의 인터넷 통제..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 눈길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11-23 08:00
업데이트 2019-11-23 08: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하산 로하니 “시위 통제 성공적”

이미지 확대
지난 20일 이란 아라크에서 이란 정권을 지지하는 시민늘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주 이란 시민들은 석유 가격 인상에 저항해 거리로 나서자 이에 대한 맞불 시위를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라크 AFP 연합뉴스
지난 20일 이란 아라크에서 이란 정권을 지지하는 시민늘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주 이란 시민들은 석유 가격 인상에 저항해 거리로 나서자 이에 대한 맞불 시위를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라크 AFP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막기 위한 5일간의 인터넷 차단을 점차 해제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고도화된 인터넷 통제 기술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란은 지난 15일 석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와의 인터넷을 단절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란에서 이러한 조치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인터넷 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엑세스 나우’에 따르면 2016년 이란이 인터넷을 차단한 건 모두 75건이었으나 지난해 196건으로 2년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번 차단은 과거와 비교해 훨씬 정교한 형태의 차단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란 시민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됐을 뿐 자국 내 네트워크에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외부 세계와 격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인터넷 혼란을 추적하는 단체인 ‘넷 블록스’의 책임자 알프 토커는 “새로운 종류의 인터넷이 탄생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이미지 확대
이란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삭감 방침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이란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삭감 방침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란이 지난 10년 이상 인터넷을 제한하는 능력을 길러왔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 보급이 늘어나며 복잡성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란 시민들은 여전히 단 두 개의 게이트웨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있다. 둘 다 정부에 의해 통제되며 정부의 판단에 따라 차단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란 정부는 중국의 ‘위대한 방화벽’와 유사한 폐쇄형 인터넷 ‘할랄 네트’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방화벽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단속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업한다.

2018년 1월 이란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했을 때는 관공서와 병원, 금융 서비스 등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에는 이러한 기본적인 서비스들을 여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글과 같은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AP 연합뉴스
정교한 인터넷 통제를 구상하는 국가는 이란 외에도 세계 도처에 있다. 실제 러시아는 이번 달 인터넷을 완전히 다시 라우팅(네트워크 상에서 통신 데이터를 보낼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는 것)할 수 있는 전략의 하나로 ISP가 웹 트래픽의 출처를 더 잘 식별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을 시행했다.

이란 정부의 진일보한 기술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중과 국제 사회의 반응에 따라 정치적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8000만명이 넘는 이란의 시민들은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번 반정부 시위를 성공적으로 진압했다고 선언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