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과 토성 겹쳐 보이는 현상, 혹시 성서 나오는 ‘베들레헴의 별’

목성과 토성 겹쳐 보이는 현상, 혹시 성서 나오는 ‘베들레헴의 별’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2-22 08:00
업데이트 2020-12-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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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다마스커스 주민들이 21일(현지시간) 목성과 토성이 800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둘로 겹쳐 보이는 현상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건물 옥상에 올라와 남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다. 다마스커스 EPA 연합뉴스
시리아 다마스커스 주민들이 21일(현지시간) 목성과 토성이 800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둘로 겹쳐 보이는 현상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건물 옥상에 올라와 남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다.
다마스커스 EPA 연합뉴스
400년 전에 있었던 천체 현상이니 800년 전, 생각을 더 넓히면 “2000년 전에도 혹시?”라고 생각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1일 오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목성과 토성이 가장 가까워져 마치 하나의 별처럼 겹쳐 보인 천체현상 얘기다. 공교롭게도 성탄절을 앞둔 때라 상상의 나래는 더 펼쳐진다. 혹시 성서에 등장하는 ‘베들레헴의 별’이 이 현상을 가리키는 건 아닐까?

일단 왜 이런 우주쇼가 펼쳐지는지 살펴본다. 목성은 약 11.9년, 토성은 29.5년마다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돈다. 공전 주기의 차이 때문에 두 행성은 약 19.9년마다 한 번씩 하늘에서 가까워진다. 두 행성의 공전 기울기가 달라 가까워지긴 해도 늘 겹쳐 보이지는 않는데, 올해는 두 행성의 기울기 각도가 지구에서 관측하는 시야각 기준으로 0.1도에 불과해 둘이 겹쳐 보이게 되는 것이다.

목성과 토성의 대근접이라고 하는데 지난 1226년 3월 5일과 1623년 7월 17일에 일어났다. 1623년에는 두 행성이 태양과 너무 가까워 관측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대근접은 지난 1226년 이후 약 794년 만의 일인 셈이다. 다음 두 행성의 대근접은 400년 뒤의 일인데 그나마 가까워지는 때는 60년 뒤인 2080년 3월 15일로, 적어도 30세 이상이라면 이번 생의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21일 구름 때문에 맨눈 관측이 어려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케임브리지 대학 천체연구소의 캐롤린 크로퍼드 박사는 “어떤 날 저녁도 괜찮다.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한 번 기회를 잡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해가 진 뒤 남서쪽 지평선 위를 주목하면 두 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 두 행성의 거리는 무려 6억㎞나 되는데 둘이 겹쳐져 보인다니 우주의 광활함이 놀랍기만 하다.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알리칸테의 산타 폴라 밤하늘에 목성과 토성이 관측되고 있다. 엄청 커 보이는 아래쪽 별이 목성, 그 오른쪽 위가 토성이다. 알리칸테 EPA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알리칸테의 산타 폴라 밤하늘에 목성과 토성이 관측되고 있다. 엄청 커 보이는 아래쪽 별이 목성, 그 오른쪽 위가 토성이다.
알리칸테 EPA 연합뉴스
미국 캔자스주 에저턴에서 21일(현지시간) 관측된 목성(아래)과 토성 모습. 에저턴 AP 연합뉴스
미국 캔자스주 에저턴에서 21일(현지시간) 관측된 목성(아래)과 토성 모습.
에저턴 AP 연합뉴스
자 이제 본론인 베들레헴의 별 얘기다. 일부 천문학자나 신학자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럼 대학 종교학과의 에릭 M 반덴 에이켈 교수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묘한 타이밍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현인들(동방박사)이 요셉과 마리아, 새로 태어난 예수에게로 이끌었다고 성서에 나오는 천체 현상과 같은 것일 수 있다”고 추측하게 된다고 했다. 현대인들만 그런 것도, 성탄 시즌에 들뜬 일반인만 그런 짐작을 한 것도 아니었다. 17세기 초 독일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경이로운 별(Star of Wonder)” 가설을 처음 내놓았던 것이다.

크로퍼드 박사는 “2000년 전의 사람들이라면 밤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에 훨씬 더 민감했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런 행성들의 배열 때문에 ‘베들레헴의 별‘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어차피 증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제목에 낚였다고 생각하면 송구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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