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다마스커스 주민들이 21일(현지시간) 목성과 토성이 800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둘로 겹쳐 보이는 현상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건물 옥상에 올라와 남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다.
다마스커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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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왜 이런 우주쇼가 펼쳐지는지 살펴본다. 목성은 약 11.9년, 토성은 29.5년마다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돈다. 공전 주기의 차이 때문에 두 행성은 약 19.9년마다 한 번씩 하늘에서 가까워진다. 두 행성의 공전 기울기가 달라 가까워지긴 해도 늘 겹쳐 보이지는 않는데, 올해는 두 행성의 기울기 각도가 지구에서 관측하는 시야각 기준으로 0.1도에 불과해 둘이 겹쳐 보이게 되는 것이다.
목성과 토성의 대근접이라고 하는데 지난 1226년 3월 5일과 1623년 7월 17일에 일어났다. 1623년에는 두 행성이 태양과 너무 가까워 관측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대근접은 지난 1226년 이후 약 794년 만의 일인 셈이다. 다음 두 행성의 대근접은 400년 뒤의 일인데 그나마 가까워지는 때는 60년 뒤인 2080년 3월 15일로, 적어도 30세 이상이라면 이번 생의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21일 구름 때문에 맨눈 관측이 어려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케임브리지 대학 천체연구소의 캐롤린 크로퍼드 박사는 “어떤 날 저녁도 괜찮다.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한 번 기회를 잡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해가 진 뒤 남서쪽 지평선 위를 주목하면 두 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 두 행성의 거리는 무려 6억㎞나 되는데 둘이 겹쳐져 보인다니 우주의 광활함이 놀랍기만 하다.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알리칸테의 산타 폴라 밤하늘에 목성과 토성이 관측되고 있다. 엄청 커 보이는 아래쪽 별이 목성, 그 오른쪽 위가 토성이다.
알리칸테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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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주 에저턴에서 21일(현지시간) 관측된 목성(아래)과 토성 모습.
에저턴 AP 연합뉴스
에저턴 AP 연합뉴스
크로퍼드 박사는 “2000년 전의 사람들이라면 밤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에 훨씬 더 민감했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런 행성들의 배열 때문에 ‘베들레헴의 별‘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어차피 증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제목에 낚였다고 생각하면 송구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