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코로나 백신 2주 이내 생산” ‘세계 1호’ 욕심에 안전성 뒷전

러 “코로나 백신 2주 이내 생산” ‘세계 1호’ 욕심에 안전성 뒷전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0-07-29 20:44
업데이트 2020-07-3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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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보건당국 “의료 종사자부터 투여”
‘스푸트니크’ 거론… 타이틀 선점 기대
임상 결과·데이터 비공개에 안전 우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러시아가 향후 2주 이내 백신 생산을 장담하고 나섰다.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우물 안 개구리식’ 승인이어서 안전성 및 효과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임상시험 결과 등 백신 개발 과정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어 의구심을 사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우주 개발 경쟁에서 이겼던 것처럼 ‘세계 최초’ 타이틀을 쥐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 관리들은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보건부 소속 가말리아 연구소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다음달 10일 혹은 그 이전 날짜에 맞춰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러시아 보건 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이 ‘공공의 사용’을 위해 승인될 것이며, 최전방에 있는 의료 종사자들이 먼저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백신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 국부펀드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1957년 옛소련이 인류 최초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백신 승인은)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미국인들이 스푸트니크 1호 발사를 알리는 ‘삐’ 소리를 듣고 놀랐던 것처럼 이번 백신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먼저 그곳(개발 완료 시점)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목적은 세계 최초가 아니라 국민 보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껏 코로나19 백신 실험과 관련해 어떤 과학적 데이터도 공개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자국 백신 사용을 승인한다 해도 안전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 중국, 영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각각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3상 시험에 들어갔다. 이들 기업은 단계별 임상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전날 “모더나의 경우 오는 10~11월 3상 시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아직도 2상 시험을 진행 중인데, 다음달 3일까지 2상 시험을 마무리한 뒤 3상 시험과 의료진 접종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데이터들은 8월 초에 종합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세계적인 과학 선진국으로 포장하려는 욕심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20-07-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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