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소녀, 교황청에 묻혔다

실종 소녀, 교황청에 묻혔다

이석우 기자
입력 2019-04-11 17:59
업데이트 2019-04-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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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실종된 15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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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황청에 쏟아지는 실종 소녀 의혹들
다시 교황청에 쏟아지는 실종 소녀 의혹들 36년전 실종된 이탈리아의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당시 15세) 사건에 대해 교황청이 관련 의혹들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대중집회. 지난 2012년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벌어진 해당 시위에서 시민들은 이에 대한 의혹과 진실을 밝혀달라고 실종 소녀의 사진을 높이 치켜들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마 AP 연합뉴스
“실종 소녀는 교황청에 암매장됐다?”

교황청이 36년 전 아무런 단서없이 감쪽같이 실종된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당시 15세)가 교황청 내부에 매장돼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ANSA통신 등에 따르면 오를란디 가족 변호인인 라우라 스그로는 10일(현지시간) “교황청이 의혹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기로 승인했다”며 “그들이 본분을 다해 36년 전 벌어진 일의 진실을 밝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지난 달 오를란디 가족이 오를란디가 바티칸 시국에 위치한 테우토니코 묘지에 묻혀 있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지난해 여름 받은 뒤 교황청에 이 서한을 전달하고 이 묘소를 열어볼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이같은 보도가 나온 뒤 해당 요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지척에 자리한 테우토니코 묘소는 로마에 거주하는 독일어와 플랑드르어 사용자들이 주로 묻히는 곳이다.

오를란디는 1983년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직후 종적을 감췄다. 교황청 직원 딸인 오를란디의 실종은 갖가지 의혹을 낳았고, 이탈리아 최악의 미제 사건 주인공으로 남아 있다.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납치됐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오를란디가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됐다거나,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도 돌았다.

2012년에는 바티칸 경찰의 난교 파티를 은폐하기 위해 마피아를 사주해 저지른 일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바티칸 은행의 거액 투자 실패와 관련, 관련 내막을 알고 있는 오를란디의 아버지를 협박하기 위해 그를 납치했다가 죽이게 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로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에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던 중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돼 이 뼈가 오를란디일 수도 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 오를란디와 무관한 남성의 유골로 드러났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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