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매입 물량 바닥에… ECB 딜레마

채권 매입 물량 바닥에… ECB 딜레마

김규환 기자
입력 2016-09-06 23:14
업데이트 2016-09-0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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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1233조원 돌파…“속도 낮추면 시장 불안감”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딜레마에 빠졌다. ECB의 엄격한 양적완화 기준 탓에 사들일 채권 물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양적완화 규모가 지난 주말 1조 유로(약 1233조원)를 돌파하면서 ECB가 매입할 채권이 동이날 상황에 직면했다. ECB는 내년 3월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총규모는 1조 7000억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ECB가 매입할 채권 물량이 고갈되고 있다는 데 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올 들어 8월까지 0.2%에 그쳐 ECB 목표치(2%)에 한참 못 미치는 까닭에 양적완화를 더 늘려야 할 판이다. 하지만 ECB는 각국 자산 매입 비율을 미리 정해 놓고 금리가 -0.4%보다 낮은 채권은 매입할 수 없으며, 특정 국가의 국채를 발행액의 33% 이상 보유할 수 없는 등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안정성이 높은 독일 등 일부 유로존 국채 수요가 치솟는 바람에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선에서 움직이고 물량마저도 오는 11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예상돼 ECB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만 반살 씨티그룹 금리 투자전략가는 “ECB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은 모두 동의한다”면서도 “그렇다고 ECB가 양적완화를 늦추면 시장에 (경기부양에 소극적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ECB가 주식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테판 겔라크 국제결제은행(BS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는 독일 국채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규정 완화가 예상되는 8일 열리는 ECB의 정례 통화정책회의가 주목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6-09-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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