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수십억 달러 건 트레이더들…누가 웃을까?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수십억 달러 건 트레이더들…누가 웃을까?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6-23 18:26
업데이트 2016-06-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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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렉시트 국민투표…영국·EU ’운명의 날’
오늘 브렉시트 국민투표…영국·EU ’운명의 날’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가 23일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오후 10시까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다. 한국시간으로는 23일 오후 3시에 시작돼 다음날 오전 6시에 끝난다.
영국민은 이날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EU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 아래 적힌 ‘남아야 한다(Remain)’와 ‘떠나야 한다(Leave)’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투표 마감 이후 개표가 곧바로 진행돼 이르면 24일 오전 3시(한국시간 오전 11시)께 윤곽이 나올 수 있다. 사진은 22일 런던 시청에 영국기와 EU기가 나란히 나부끼는 모습.
AFP 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수십억 달러를 건 전 세계 트레이더들이 가슴 떨리는 밤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투표는 영국 전역에서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현지시간·한국시간 23일 오후 3시) 시작돼 오후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실시되며, 지역별 결과는 빠르면 자정(한국시간 24일 오전 8시)부터 나오기 시작해 24일 오전 3∼5시께 전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1992년 영국이 유럽국가 간 준고정환율제였던 환율조정메커니즘에서 탈퇴해 파운드화 가치가 20% 넘게 떨어졌던 ‘검은 수요일’ 당시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과에 따라 1천400억 달러(약 161조원)의 현금이 투자대기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보유한 현금은 2001년 이후 최대규모로 늘어났다.

씨티그룹과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영국 런던에 근무하는 임원들과 트레이더들에게 브렉시트 투표결과가 나오는 23일 런던 금융시장 마감 이후 24일 오전 개장 때까지 사무실에 남아 밤샘근무를 하거나 교대로 일하라고 요청했다.

JP모건은 고객들을 위해 캐너리 부두에 호텔 룸을 예약했고, 씨티그룹은 영업과 트레이딩 부문 직원들이 2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정오)까지 출근할 수 있도록 택시를 예약했다. 바클레이즈는 직원들을 위해 슬리핑백을 공수했다. 다른 은행들도 야전침대를 준비하는가 하면 스시부터 피자까지 야식을 구비했다.

밤샘근무를 하는 임직원들은 대부분 외환이나 채권시장 트레이더들과 임원들이다.

IG그룹이나 CMC마켓과 같은 온라인 증권 중개업체나 트레이딩 플랫폼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대대적으로 트레이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추가 인원을 투입했다.

그랜트 폴리 CMC마켓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밤새 30~40명의 인원을 시차를 두고 배치했다”면서 “이를 위해 호텔 방을 빌렸고, 음식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24일 새벽부터 불을 밝힐 예정이다.

데이비드 하딩 윈튼 자산운용 설립자는 “24일은 변동성이 큰 하루가 될 것”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시장은 출렁일 것이고,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최근 업계의 실적이 형편없는 관계로 브렉시트 결과에 크게 베팅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번 주 잔류 여론이 우세해지면서 파운드화가 8년 만에 최대폭 상승하고, 증시도 랠리를 펼치면서 더 이상 잔류에 베팅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런던 최대 헤지펀드 중 한 곳의 펀드매니저는 “그동안 상당히 랠리를 펼쳤기 때문에 상승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반면에 하락할 여지는 어마어마해 올인 하기가 어렵다. 비교적 중립적인 포지션을 잡았지만, 탈퇴 결론이 날까봐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캠페인에 10만 파운드를 기부한 투자자 짐 멜론은 “모두가 브렉시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옵션을 활용해 브렉시트시 파운드화 가치가 파운드당 1.32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 브리메인(EU 잔류)시 파운드화가 파운드당 1.5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각각 베팅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연합은행의 외환트레이더 엔다 호맨은 “트레이더들에게는 1992년 검은 수요일 이후 본 적이 없는 최대 기회”라면서 “결과를 기다리면서 끊임없이 커피를 마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컨설팅회사 그레이스파크 파트너스의 프레더릭 폰조는 “모든 트레이딩 데스크가 전쟁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스위스가 페그제를 폐기할 때 수준의 변동성이 예상되며, 거래량은 당시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에게 23일 밤 내내 트레이딩 데스크에 직원들이 나와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모두 고객들에게 일부 시장에서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고, 24일에는 특정 거래는 실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이나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금융시장 트레이더들도 브렉시트 투표를 주시하면서 밤을 새울 예정이다.

UBS는 싱가포르의 트레이딩 데스크를 영국에서 투표가 끝나는 시점인 2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오전 6시)부터 가동한다.

외환트레이딩회사 오안다 싱가포르 지점의 스티븐 인네스 선임트레이더는 오전 3시(한국시간 오전 4시)에 출근할 예정이다. 뉴욕 지점의 트레이더들은 밤을 새우고, 런던 트레이더들은 거래를 오전 4시(한국시간 오전 5시)에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례 최대규모인 백야축제를 맞아 금융시장이 휴장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예외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벤카 한델스방켄 유럽주식투자 부문 대표 조 트레이시는 뉴욕으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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