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등은 ‘EU 잔류’ 표심 결집 예상…“불확실성 증폭”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한 노동당 여성의원 조 콕스(41)가 브렉시트(영국 EU 탈퇴)를 주장하는 괴한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23일(현지시간) 진행될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그동안 브렉시트 여론 조사는 브렉시트 반대가 우위를 보여오다 차츰 격차가 좁혀졌고, 최근 들어서는 브렉시트 찬성이 앞서는 조사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브렉시트를 반대해온 콕스 의원이 어린 두 자녀를 둔 엄마였다는 점에서 동정론이 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단 금융 시장은 이번 사건으로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일제히 상승하면서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 브렉시트 여론 조사 ‘접전’…베팅업체는 ‘잔류’ 무게
그동안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 조사 추세는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영국인들이 많았으나 그해 하반기부터 찬반 여론이 팽팽해지더니 최근에는 브렉시트 찬성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베팅업체들은 브렉시트 반대에 기우는 등 여론 조사와 베팅업체의 전망이 엇갈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사실상 예측 불허 상황이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해 6월과 7월, 8월에 시행한 여론 조사에서는 45%만 브렉시트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난민 위기에 대한 보도가 언론을 뒤덮은 지난해 10월 조사에서는 47%로 올랐다
그러나 파리 테러 이후인 지난해 11월 말 여론 조사에는 응답자의 52%가 브렉시트에 찬성한다고 밝혀 브렉시트 찬반 지지율이 뒤바뀌었다.
지난 2월의 콤레스 조사에 따르면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9%였다. 반대로 탈퇴를 지지한다는 답변은 41%였다.
지난 16일 공표된 여론 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이 53%, 반대가 47%로 나왔다. 브렉시트 찬성 우위를 보인 앞선 다른 조사결과들과 일치했다. 이는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모리가 1천257명을 대상으로 11~13일 벌인 전화 조사결과다.
ICM이 벌인 전화 및 온라인조사에선 부동층을 뺀 기준으로 찬성(53%)이 반대(47%)를 6%포인트 앞섰다.
반면 꾸준히 국민투표 여론 조사를 벌여온 곳 가운데 오피니움이 유일하게 브렉시트 반대(51%)가 찬성(49%)을 앞선 결과를 공표했다.
베팅정보사이트 오즈체커스는 베팅업체 20곳의 브렉시트 여부 종목의 배당률을 취합한 결과, 브렉시트 가능성 평균치가 14일에는 42.5%로 집계됐다.
베팅업체의 이런 분위기는 총격 테러 발생 후에는 더욱 강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팅업체들은 사건 발생 직후 영국의 EU 잔류에 무게를 실었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 베트페어는 사건 전만 해도 영국이 EU에 잔류할 가능성을 57.8%로 전망했는데, 사고 이후 오후 5시께에는 이 비율이 63.7%까지 올라갔다.
◇ EU 잔류 전망 커져
영국을 비롯한 EU 등 관련 당사국들은 이번 총격 테러로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향배가 예측 불허라고 봤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는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콕스 의원이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으로 내주 브렉시트 투표의 결과를 더욱 말하기 힘들게 됐다면서 이제는 전보다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사건이 EU 잔류를 위한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콕스 의원 살해 사건이 브렉시트 캠페인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보도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BMG는 총격 테러 발생 후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 조사 공표를 연기하는 등 영국 내에서도 이번 사건이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처럼 전반적인 반응은 브렉시트 투표에 대한 예측이 더욱 힘들게 됐다고 하지만 동정 여론이 확산하면서 EU 잔류를 택하는 영국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스티븐 바넷 교수는 “나는 이번 총격 테러가 사람들에게 EU 잔류에 약간 더 생각하게 할 것으로 보지만 투표에 있어 대중 여론에 영향을 미칠지를 추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에릭 골드스타인 보스턴대학 교수는 이번 총격 테러가 EU 잔류에 대한 동정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만일 그 범인이 영국의 EU 잔류를 반대한다는 게 사실로 밝혀지면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역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웨스턴 유니언 비지니스 솔루션스의 조 마님보 애널리스트도 “콕스 의원이 잔류 진영의 저명인사였다는 사실은 EU 잔류에 대한 일부 동정 여론을 잠재적으로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브렉시트 우려 완화에 세계 금융 시장 일제히 상승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 금융 시장은 이번 총격 테러가 영국의 EU 잔류에 유리할 것으로 보면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1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2.93포인트(0.53%) 상승한 17,733.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49포인트(0.31%) 높은 2,077.9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99포인트(0.21%) 오른 4,844.92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상승세로 돌아섰다. 콕스 의원이 괴한의 공격을 받고 숨지는 일이 발생한 이후 증시가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영국의 국민투표가 이번 사건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공격에 정치적인 동기가 반영된 것으로 밝혀지면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지지가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했다.
17일 오전 9시 6분(한국시간)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90% 오른 15,727.55에 거래됐다.
닛케이지수는 전날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책 유보와 브렉시트 우려로 3% 넘게 급락했지만, 밤사이 영국 하원의원 피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호주 S&P/ASX 200 지수 역시 장 초반 0.45%의 상승세를 보이다가 현재는 0.26% 뛴 5,159.40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 코스피는 9시 11분 전날보다 0.95% 오른 1,970.54를 나타냈다.
금융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콕스 의원의 사망 후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반등에 대해 “그의 사망은 더 많은 영국 유권자들에게 EU 잔류를 확신시키는 쪽으로 금융 시장이 배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수석 투자 분석가 마크 루치니는 “최근 여론 조사는 브렉시트에 대해 접전을 벌이거나 탈퇴로 기우는 것으로 보여왔다”면서 “약간 진정된 브렉시트 캠페인은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