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연장 논의 앞두고 우군 만들기 “러 인근 미사일 방어체계 땐 보복”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루마니아와 폴란드가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한다면 “러시아의 안보를 위해 특정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며 “우리 인근 지역에 로켓이 보이면 바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보복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미군은 지난 12일 루마니아에서 미사일방어체계를 본격 가동시켰으며, 다음날 폴란드에서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미사일방어체계 착공식을 했다. 미국은 동유럽에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자신들이 타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치프라스 총리는 무역 및 투자 확대 등 경제 분야 협력을 포함한 8건의 문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EU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로 급격히 줄어든 양국의 교역을 복원하는 문제와 러시아에서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로 연결되는 가스 공급 파이프라인 ‘사우스 스트림’ 건설 재개 방안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들어 첫 EU 회원국 방문지로 그리스를 선택한 배경에는 EU의 러시아 반대 노선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그리스는 정교회라는 같은 종교·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어 예로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리스는 긴축재정 해소를 위해 채권단인 EU 외에 러시아에 꾸준히 구애를 해왔고, 푸틴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어느 정도 이 같은 요구에 부응했다. 이는 오는 7월 대러시아 제재 연장을 논의하는 EU 정상회담에 앞서 그리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헝가리 등 친러시아 국가들과의 접촉을 늘려 EU를 흔들려는 것이다. 유럽정치 전문가 다라그 맥도웰은 CNBC에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EU 국가 간 분열과 불화를 조장해 러시아 경제 제재 합의 가능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05-30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