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청신호 “정상회담 날짜 발표 가능성”
中, 독자 법인 허용·스냅백 등 합의문 전달284조원 관세 철회시점 놓고 막판 기싸움
미국과 중국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에 다시 나섰다. 미중이 아홉 번째인 이번 고위급 협상을 통해 1년여 동안 ‘관세폭탄을 주고받았던 ‘무역전쟁’의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중이 무역협상에 거의 합의하면서 이르면 4일쯤 미중 정상회담의 날짜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2025년까지 대두와 에너지 등 미국산 상품 구매를 약속한 만큼 늘리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 기업들이 지분을 100% 소유한 독자법인 설립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문을 미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에는 또 미국이 요구했던 스냅백(합의 불이행 시 관세 재부과)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난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가는 이를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류 부총리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미중이 합의안에 다가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미중은 가라앉고 있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역협상 타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기자들에게 “그들(중국)이 우리가 지적했던 지식재산권(IP) 절도와 사이버 해킹, 강제 기술 이전 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나는 그것이 협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중 협상단의 분위기도 한결 밝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오전 류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이 미 무역대표부(USTR) 건물에 도착했으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이들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류 부총리가 기자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장면에 주목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류 부총리의 기자들을 향한 손 인사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라면서 “이는 미중의 긍정적인 협상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미중은 미국이 2500억 달러(약 28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철회 시점을 두고 여전히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합의와 동시에 즉각적 관세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적어도 일부는 합의 이후에도 지속하며 중국 측의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WSJ는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이슈는 관세”라면서 “중국 정부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징벌적 조치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9-04-05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