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서점주 납치 中 스파이, 한국 여권으로 대만 침투”

“홍콩 서점주 납치 中 스파이, 한국 여권으로 대만 침투”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9-11-24 21:13
업데이트 2019-11-2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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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후보 낙선 위해 거액 쏟아부어” 외교 문제 비화 가능성

2015년 홍콩에서 반정부 성향의 서적을 팔다가 중국 본토로 납치된 서점업자 리보 납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 스파이 왕리칭이 사용했다는 한국 여권.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는‘Wang gang(왕강)’, 한글로는 ‘조경미’로 다르게 표기해 위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홍콩 한인 커뮤니티 제공
2015년 홍콩에서 반정부 성향의 서적을 팔다가 중국 본토로 납치된 서점업자 리보 납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 스파이 왕리칭이 사용했다는 한국 여권.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는‘Wang gang(왕강)’, 한글로는 ‘조경미’로 다르게 표기해 위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홍콩 한인 커뮤니티 제공
2015년 홍콩에서 반정부 성향의 서적을 팔다가 중국 당국에 끌려가 논란이 된 서점업자 리보의 납치에 관여한 중국 스파이가 호주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스파이는 공작 활동을 위해 위조된 한국 여권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문제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이 남성이 단순 사기범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3일(현지시간) 호주 언론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탐사방송 ‘60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스파이 왕리창은 중국 정부가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 벌인 공작 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호주 보안정보기구(ASIO)에 망명을 요청했다. 그는 중국계 홍콩 회사로 위장한 정보기관에서 일했고 중국 여권과 홍콩 주민증, 위조된 한국 여권을 써 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왕리창이 홍콩 서점업자 납치 과정에서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구체적인 사실을 밝혔다”면서 “베이징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어떻게 침투했는지, 대만 선거를 어떻게 개입했는지도 알려줬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속한 민진당을 공격하고자 인터넷 업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정 20만개를 만들었고 대만 언론사에 15억 위안(약 2500억원)을 지급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중 성향으로 국민당 대선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에게 2000만 위안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좋은 대우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등으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4월에 아내와 자녀가 있는 호주에 입국한 뒤로 ‘민주주의 국가들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가책이 느껴져 중국 정부의 활동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사형을 당할 것이라며 인도적 대우를 호소했다.
호주 탐사방송 ‘60분’에 출연한 왕리칭. 호주 60minutes 제공
호주 탐사방송 ‘60분’에 출연한 왕리칭.
호주 60minutes 제공
이에 차이 총통은 대만 국가안전국 등을 통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도 “중국공산당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받았으면 총통 선거에서 사퇴하겠다”며 연루 의혹을 강하게 반발했다.

당연히 중국 측은 왕리칭이 자국 스파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상하이 공안국은 왕씨가 푸젠성 출신의 26세 남성으로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가 2016년 허위 투자 프로젝트로 460만 위안을 가로채 징역형을 선고받고 도주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시 프라이덴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왕리칭의 주장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관련 법 집행 당국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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