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속한다” 中 헌법 제2조가 겉도는 이유

[world 특파원 블로그]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속한다” 中 헌법 제2조가 겉도는 이유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12-05 22:48
업데이트 2016-12-0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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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는 헌법에 의한 통치가 실현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좀 외람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3회 ‘헌법의 날’인 12월 4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의 주요 내용이다.

중국은 1954년 9월 20일 열린 제1기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제1차 회의에서 헌법을 제정했다. 이 제헌 헌법을 ‘54헌법’이라고 부른다. 현행 헌법의 근간은 1982년에 개정된 ‘82헌법’이다. ‘54헌법’ 제1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 계급이 영도하며, 노동자·농민 연대를 기초로 한 인민민주국가이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82헌법’ 제1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 계급이 영도하며, 노동자·농민 연대를 기초로 한 인민민주전제(독재)의 사회주의국가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자본주의 개방에 따라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약화하자 헌법에 이를 명시한 것이다. 국가주석의 임기도 이때에 4년에서 5년으로 바뀌었다.

2013년 집권한 시 주석은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한 통치)을 통치 이념으로 선포한 뒤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를 명시한 ‘82헌법’을 중시했다. 2014년 전인대가 ‘헌법의 날’을 제정하면서 날짜를 제헌 헌법이 생긴 9월 20일이 아니라 12월 4일로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시 주석이 헌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공산당 통치가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시 주석의 의도는 헌법을 통한 사회주의 강화였던 셈이다.

중국 헌법에도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이념이 명시돼 있다. 헌법 2조의 내용이 바로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속한다”이다. 우리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같다.

하지만 중국인이든 세계인이든 중국의 권력을 인민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헌법 제2조를 실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헌법은 ‘주권재민’을 실현 방법으로 전인대를 제시하나, 정작 인민은 전인대 대표를 직접 선출할 권한이 없다. 더욱이 헌법 서문에 “공산당 영도에 따라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며 공산당 독재를 못박아 놓았다.

국가주석이 아무리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인민이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한 중국 헌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200만명이 넘는 한국의 촛불 군중이 헌법 1조 2항을 외치는 참뜻을 중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1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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