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기념촬영 자리배치’의 비밀…정상들의 신경전?

G20 정상회의 ‘기념촬영 자리배치’의 비밀…정상들의 신경전?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9-05 13:46
업데이트 2016-09-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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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 앞을 지나는 한·미 정상
시진핑 국가주석 앞을 지나는 한·미 정상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항저우 국제전시장에 도착, 단체기념촬영장으로 이동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을 지나고 있다. 2016.9.4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항상 정상들이 기념 단체사진을 찍는다.

이때 각국 정상들이 서는 자리 배치에도 상당한 관심이 쏠린다.

정상들의 자리 배치는 간단치 않다. 자리 하나에도 힘의 정치가 작용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G20 정상의 단체사진 촬영 때 자리 배치에 힘의 정치를 엿볼 수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전날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의 단체사진 촬영 때 주최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첫 줄 중앙에 섰고 시 주석의 오른편과 왼편에는 각각 내년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작년 주최국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리를 잡았다.

메르켈 총리와 에르도안 대통령 옆에는 각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치해 이들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반영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첫 줄 중앙부에 선 것은 2014년 호주 브리즈번 G20 정상회의 때 줄 끝에 서서 사진을 찍어 푸대접 평가가 나온 것과 대비된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사태에 따른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서방의 집중 비난을 받는 등 푸대접 속에 ‘부족한 수면’을 이유로 폐막 성명이 나오기 전 호주를 떠났다.

중국 고위 외교관은 최근 언론에 푸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제1 손님’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올해 단체사진 촬영 때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첫 줄에 섰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번째 줄에 위치했다.

다만 시 주석이 4일 아베 총리와 악수하면서 미소를 지어 보여 2014년 베이징(北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아베 총리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과 대조를 보였다고 SCMP가 전했다.

SCMP는 시 주석이 전날 각국 정상을 영접할 때 다른 정상들에 비해 메르켈 총리와 오래 인사했지만, 박 대통령 영접 때는 미소를 지어 보였음에도 인사 순간이 덜 따듯한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레드카펫이 깔린 전용기용 이동식 계단이 제공되지 않아 홀대 논란이 벌어진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SCMP는 외교 의례의 불문율에 따르면 각국 정상의 단체 사진 촬영 때 정치적 영향력 외에 정상이 얼마나 오래 직위를 유지했는지도 위치 선정에 고려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주로 첫 줄에 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3개월이 지난 2009년 4월 영국 런던 G20 정상회의 때 두 번째 줄에 선 사실이 이러한 관행을 뒷받침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주요 국제기구 최고위층은 일반적으로 세 번째 줄에 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들간에 자리 배치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09년 G20 정상회의 당시에는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가 회의 퇴장을 위협한 니콜라스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주석 옆자리를 양보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리아 내전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된 2013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거리가 더 멀어지도록 자리가 조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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