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A 시상식 기조연설 불허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대만 정부가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홍콩 방문을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대만 총통부는 국가기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고 퇴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오는 15일 열리는 아시아출판업협회(SOPA)상 시상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하려던 마 전 총통의 방문 신청을 기각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13일 보도했다. 대만 국가기밀보호법에 따르면 대만 총통은 퇴임 3년 내에 외국을 방문하려면 총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SOPA는 대만 정부의 불허 결정에 실망을 표시하며 마 전 총통의 동영상 연설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중국과 대만 간 양안 관계와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힐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마 전 총통은 성명을 통해 “홍콩 방문은 공개 행사로 기밀 누설의 우려가 없다”면서 “이번 조치로 대만의 민주주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와 관련해 찬반 양론이 뜨겁다. 자오옌(趙岩) 뉴욕타임스 중국문제연구원은 “국가 기밀을 많이 알고 있는 전직 지도자가 퇴임 한 달 만에 홍콩을 방문하는 것은 차이 정부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불허 조처를 지지했다. 반면 쉬젠훙(許劍虹) 대만 군사평론가는 “SOPA는 친중국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대만 정부가 과민할 필요가 없다”면서 “오히려 긴장하고 있던 중국 당국이 한숨 돌린 반면 대만은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과시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6-06-14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