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시로 썼지만 후회는 없다”

“당 지시로 썼지만 후회는 없다”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05-15 23:08
수정 2016-05-16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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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화대혁명 50년… 대자보로 문혁 불 댕긴 ‘녜위안쯔’

“마오쩌둥에 이용당한 것 아냐”

‘10년 동란’으로 불리는 중국의 문화대혁명(문혁)은 1966년 5월 16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5·16 통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확대회의 마지막날인 5월 25일 오후 2시쯤 베이징대 학생식당 동쪽 벽에는 ‘쑹숴, 루핑, 펑윈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베이징시위원회 대학부 부장, 베이징대학 당위원회 서기, 베이징대학 당위원회 부서기를 직접 겨냥한 도발적인 대자보였다.

녜위안쯔
녜위안쯔
‘당중앙을 보위하자, 마오쩌둥 사상을 보위하자, 무산계급 독재를 보위하자’로 끝을 맺은 대자보의 작성자는 베이징대 철학과 여성 강사인 녜위안쯔(聶元梓·95)였다. 공격을 받은 루핑 등은 당 조직을 동원해 1000장이 넘는 반박 대자보를 붙여 녜위안쯔를 궁지로 몰았다. 하지만 6월 1일 마오쩌둥의 개입으로 상황은 단번에 반전됐다. 마오쩌둥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나온 마르크스·레닌의 대자보”라며 “파리코뮌의 대자보보다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이후 녜위안쯔는 홍위병 조반파(造反派·혁명파)의 5대 영수로 불렸다.

올해 95세가 된 녜위안쯔는 문혁을 어떻게 생각할까. 15일 문혁 50년을 맞아 홍콩 명보와 인터뷰를 한 녜위안쯔는 “나는 후회할 일은 하지 않았다”며 “당시로서는 대자보의 주장이 정당했고, 당의 요구를 마땅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문혁이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발전해 나 역시 본의 아니게 역사의 풍운아가 됐다”고 회고했다.

녜위안쯔의 대자보는 문혁을 이끈 4인방 중 한 명인 캉성(康生)의 지시로 작성된 것이었다. ‘마오쩌둥에 의해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녜위안쯔는 “누구한테도 이용당하지 않았다”면서 “5·16 통지 정신에 입각해 쓴 것”이라고 밝혔다. 홍위병이 인민해방군까지 약탈하고 조반파가 둘로 나뉘어 무력 투쟁을 벌이자 마오쩌둥은 1968년 7월 조반파 5대 영수를 불러 질책했다. 그해 10월 녜위안쯔는 감금됐다. 문혁이 끝난 1978년 중국 공산당은 그녀의 당적과 공직을 박탈하고 17년형을 선고했으나 1986년 보석으로 풀려났다.

녜위안쯔는 “마오쩌둥의 과오를 내가 평가할 수는 없다”며 “평가는 총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복권을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다 지난 일이라 별로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항일 무장투쟁 경력만큼은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5-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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