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검찰 간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 서기의 재판이 유무죄를 본격적으로 다투는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은 26일 오전 재판을 속개했다.
재판부는 재판 첫날인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에 걸쳐 보시라이의 뇌물 수수, 공금 횡령, 직권 남용 혐의에 관한 증거를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 절차는 본격적인 변론 단계가 아니라 검찰과 피고인 측이 제시한 각종 물증과 각종 증언의 진실성 여부를 다투는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이날 진행되는 변론 단계에서 검찰과 피고인은 본격적으로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보시라이는 나흘간 이어진 심리에서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보시라이는 뇌물 수수와 공금 횡령 혐의와 관련, 자신이 직접 돈을 받았다는 검찰 측 공소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아울러 해외 생활비 명목으로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와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돈이 건너간 것이 사실일지라도 자신은 이를 전혀 몰랐으므로 형사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보시라이는 또 아내의 영국인 독살 사건을 은폐하려고 이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던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을 독단적으로 해임했다는 직권 남용 혐의도 부인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아내의 말을 믿던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는 게 보시라이의 항변 취지다.
따라서 이날 재판부터는 완전 무죄를 주장하는 보시라이와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 사이에 치열한 법리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은 보시라이 비판에 열을 올리며 동정 여론 차단에 나섰다.
법제일보는 이날 방청객 인터뷰 형식의 기사를 통해 “보시라이의 직권 남용 사실은 명확하고 증거 또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언론이 ‘불공정 재판’의 비판을 무릅쓰고 재판 도중 장외에서 검찰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은 보시라이가 뜻밖에 무죄를 다투면서 중국 국민 사이에서 보시라이의 혐의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한 정부 소식통은 “이번 재판을 보면서 보시라이가 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새삼 느꼈다”며 “보시라이는 아주 영리한 재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