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대로 쏴 죽여라”… 로힝야족 학살 자백한 미얀마군

“보이는 대로 쏴 죽여라”… 로힝야족 학살 자백한 미얀마군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9-09 22:36
업데이트 2020-09-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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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2명 첫 증언… ICC서 증거될 듯
몰살 명령·강간 등 정부군 개입 밝혀져

미얀마 정부군의 로힝야족 학살을 영상 증언한 미얀마 탈영 군인들. NYT 캡처.
미얀마 정부군의 로힝야족 학살을 영상 증언한 미얀마 탈영 군인들. NYT 캡처.
미얀마군 지휘관들이 무슬림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마을에서 “보이는 대로 쏴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동영상 증언이 나왔다. 이는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가 미얀마군에서 탈영한 병사 2명의 증언을 담은 것으로, 정부군이 집단 학살과 강간 등에 개입했다는 첫 공개 자백이라고 AP통신이 9일 전했다.

포티파이 라이츠는 이들의 증언 동영상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힝야족 학살 행위 조사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경보병 대대 소속이었던 30대 사병 2명은 서부 라카인주에서 반군 아라칸군(AA)에 붙잡힌 뒤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증언하는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사 한 명은 로힝야족 마을을 습격할 당시 제15 군사작전센터 지휘관이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쏴 죽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지휘관은 또 “칼라(로힝야족을 비하하는 말)를 몰살시키라”고 명령했다. 이에 남성들의 머리에 총을 쏜 뒤 시신을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고, 여성들은 죽이기 전에 강간했으며 자신도 성폭행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병은 자신의 부대가 대대 지휘관의 승인으로 로힝야족 마을 20곳을 쓸어버리면서 80명을 살해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위의 지시로 한 작전에서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으로 의심받은 주민 10명을 묶어 사살했다.

포티파이 라이츠는 이들이 네덜란드 헤이그로 갔다며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요청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9-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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