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6000명 노숙자 전락 인니 끝나지 않은 ‘강진 악몽’

어린이 6000명 노숙자 전락 인니 끝나지 않은 ‘강진 악몽’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9-03-27 17:52
업데이트 2019-03-2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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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웨시섬 지진 6개월… “도움 절실”

이재민 17만명 방수포 천막 생활 여전
“밤마다 폭우·야생동물 두려움과 사투”
파괴된 가옥서 지내는 아이도 수천명
말라리아·뎅기열 등 풍토병 2차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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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진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언제쯤 진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집을 잃은 10세 소녀 살사(왼쪽)가 지난달 28일 술라웨시섬 중부 동갈라의 한 공립학교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수업을 듣고 있다. 당시 지진과 쓰나미로 약 17만명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지만 복구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갈라 AFP 연합뉴스
40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거대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강타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집을 잃고 노숙자로 전락한 어린이 수천명, 이재민 십수만명의 삶이 회복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은 지구촌에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AFP통신 등은 26일(현지시간) 술라웨시섬 지진 및 쓰나미 이재민 17만여명이 섬의 주요도시 팔루와 그 주변 지역에서 방수포로 만든 천막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임시 천막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은 6000여명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수천명의 어린이가 지진 및 쓰나미로 파괴된 가옥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팔루 일대에 마련한 천막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생활환경을 제공할 수 없음은 물론, 거주자를 척박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폐렴, 설사 등 증상과 말라리아, 뎅기열 등 풍토병으로 고통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과 쓰나미 발생 이후 지금까지 천막에서 부모님과 지낸 10세 소녀 살사는 “우리집 기둥이 파도에 휩쓸려갔다. 그때 나는 사촌과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면서 “천막에서는 밤에 전기 램프로 불을 켠다. 우리가 잠들면 야생 쥐가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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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로 초토화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주요 도시 팔루의 전경. 팔루 AFP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로 초토화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주요 도시 팔루의 전경.
팔루 AFP 연합뉴스
톰 하우얼스 세이브더칠드런 술라웨시 대응팀장은 “천막은 말 그대로 임시 주택에 불과하다. 비가 쏟아지면 물이 천막 안으로 넘친다. 천막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걱정”이라면서 “지진 및 쓰나미가 발생한 2018년은 수많은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에게 잔인한 해였다”고 말했다.

얀 켈판트 국제적십자 인도네시아 지부장은 “땅이 도시의 상당 부분을 삼켜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해안과 도시, 공동체를 어떻게 재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정상화는 고통스럽고 더디다”고 말했다. 당시 지진과 쓰나미로 어선과 상점이 파괴되고 관개 시설이 황폐화된 것과 관련, 크리스토프 바후엣 유엔개발계획 인도네시아 대표는 “이재민이 자립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정기적인 소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성인에게도 매우 고통스럽고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구호 기금이 고갈되고 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나서 인도네시아 어린이, 그 가족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28일 오후 7시쯤 술라웨시섬의 동갈라에서 규모 7.5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20분 뒤 진앙과 약 80㎞ 떨어진 팔루 해안에 높이 6m 쓰나미가 몰려왔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당시 지진과 쓰나미로 최소 4340명이 사망하고 9억 달러(약 1조 20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월드뱅크는 재건 사업에 10억 달러의 융자를 제공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분화, 쓰나미 등이 자주 발생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9-03-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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