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유일 ‘NO 마스크’ 트럼프… “中과 무역 재협상은 없다”

백악관 유일 ‘NO 마스크’ 트럼프… “中과 무역 재협상은 없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5-12 22:04
업데이트 2020-05-1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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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집무동 마스크 착용 의무화

트럼프 “승리했다”… 경제 재개 의지 피력

“수십년간 美 이용해온 中 마음에 안 들어”
중국계 기자 방역 지적엔 “中에 물어라”
설전 뒤 회견 중단… 인종·여성 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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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 쓰고 회견장 박차고 나간 트럼프
마스크 안 쓰고 회견장 박차고 나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계 기자와 설전을 벌이다 회견을 중단하고 떠나고 있다. CBS방송 웨이자 장의 질문에 “중국에 물어보라”고 쏘아붙인 트럼프에게 인종차별적이자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워싱턴DC EPA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동) 내에서 결국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2월 29일) 72일 만이다. 늦었지만 부통령 대변인이 감염되고 그와 접촉한 방역수장들이 연이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내린 결정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쓸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그는 ‘나 홀로 노 마스크’로 나타났다. ‘미국이 (코로나19) 검사로 세계를 이끈다’는 대형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자들 앞에 선 그는 미국 내 확진자가 14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8만명을 훌쩍 넘긴 이날 뜬금없는 ‘승리 선언’으로 여전한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경제 재개 속도를 높이라고 촉구하고 책임 회피를 위한 중국 때리기도 이어 갔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깊은 불안을 숨긴 임무 완수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회견이 열린 로즈가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포함해 모든 당국자가 마스크를 쓴 채 띄엄띄엄 앉거나 6피트(1.8m)씩 떨어져 서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과 우리(행정부)의 공격적 전략과 용기 덕택에 수십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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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보좌진이 코로나19에 대거 감염되면서 뒤늦게나마 11일(현지시간)부터 백악관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한 가운데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마스크를 쓴 채 로즈가든에 앉아 있는 모습. 전 직원과 방문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명령한 트럼프는 이날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보좌진이 코로나19에 대거 감염되면서 뒤늦게나마 11일(현지시간)부터 백악관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한 가운데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마스크를 쓴 채 로즈가든에 앉아 있는 모습. 전 직원과 방문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명령한 트럼프는 이날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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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방송 웨이자 장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CBS방송 웨이자 장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자화자찬을 이어 가던 그는 예외 없이 중국을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 냈다. 미중 무역합의가 중국에 유리하게 재협상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협상에) 전혀 관심 없다. 우리는 합의에 서명했다”며 “중국은 수십년간 미국을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근원에서 (코로나19를) 막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책임론을 되풀이한 회견은 중국계 기자와의 설전 끝에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검사가 한국의 2배”라는 자랑에 대해 CBS방송 여기자 웨이자 장이 ‘사망자가 느는데 검사 역량만 강조하는 것은 이를 국가 간 경쟁으로 보고 있는 거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묻지 말고 중국에 물어보라”고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장 기자는 “왜 나에게 콕 집어 묻느냐”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출신을 의식했음을 우회적으로 따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못된 질문을 하면 누구에게나 이렇게 말한다”고 한 뒤 질문을 이어 가려던 CNN 기자를 무시하고 등을 돌려 회견장을 떠났다.

AP에 따르면 장 기자는 푸젠성 샤먼에서 태어나 2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2015년부터 CBS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인종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이 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과 관련, 회견 직후 ‘웨이자 장과 함께하라’는 해시태그가 트위터에 급증하는 등 거센 비난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화자찬했지만 경제 재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상원 청문회 화상 참석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섣부른 재개 시도는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20-05-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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