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앵커 로백 “앤드루 왕자 성추문 왕실 압력 때문에 방송 안돼”

ABC 앵커 로백 “앤드루 왕자 성추문 왕실 압력 때문에 방송 안돼”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1-06 09:07
업데이트 2019-11-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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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이 외부로 알려진 미국 ABC 뉴스의 ‘20/20’ 프로그램 앵커인 에이미 로백(왼쪽)과 소아성애자 금융업자로 지난 8월 교도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 AFP 자료사진
동영상이 외부로 알려진 미국 ABC 뉴스의 ‘20/20’ 프로그램 앵커인 에이미 로백(왼쪽)과 소아성애자 금융업자로 지난 8월 교도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
AFP 자료사진
미국 ABC 뉴스 앵커 에이미 로백(46)이 지난 2015년 소아성애자 제프리 엡스타인, 앤드루 왕자의 추악한 면모를 다룬 인터뷰 기사가 영국 왕실의 압력 때문에 방송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동영상이 유출돼 공개됐다.

‘20/20’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녀가 생방송 스튜디오 세트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동영상은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은 사건들을 다루는 프로젝트 베리타스가 5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동영상에서 로백은 이전에 버지니아 로버츠란 이름으로 알려졌던 버지니아 지우프레(35)란 성추행 피해 여성과의 인터뷰 기사가 편집진에 의해 “깔아뭉개졌는데” 버킹엄궁이 “오만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다음은 그녀의 발언 요지다. “3년 전에 이 얘기를 알게 됐다. 버지니아 로버츠와 인터뷰를 했다.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먼저 ‘제프리 엡스타인이 누군데? 아무도 그가 누군지 모르잖아. 황당한 얘기야’란 말부터 들었다. 그 뒤 영국 왕실이 앤드루 왕자에 관한 그녀의 주장을 통째로 알게 됐고, 우리에게 오만가지 방법으로 위협했다. 우리는 케이트 미들턴 왕자비와 윌리엄 왕자 부부를 인터뷰할 수 없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그렇게 깔아뭉개졌다. 우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온 사실도 알고 있었다. 모든 걸 갖고 있었다. 난 3년 전에 보도하려고 열심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모든 것이 드러나고 있다. 마치 새로운 폭로인 것처럼 다뤄지는데 난 이 모든 상황이 소름 끼친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BBC 뉴스에 보낸 성명을 통해 “ABC 내부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부유한 금융업자인 엡스타인은 성범죄 재판을 기다리던 중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찰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결론내렸다.
지난 2001년 앤드루 왕자(왼쪽부터)가 버지니아 지우프레(로버츠), 그녀를 자신의 런던 집으로 데려간 기슬레인 맥스웰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버지니아 로버츠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01년 앤드루 왕자(왼쪽부터)가 버지니아 지우프레(로버츠), 그녀를 자신의 런던 집으로 데려간 기슬레인 맥스웰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버지니아 로버츠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버지니아는 엡스타인에 의해 성 유린을 당했고, 앤드루 왕자를 포함한 힘 있는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법적으로 성인이 아니던 시절에 세 차례나 왕실 인사와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법원 문서에 기재돼 있다. 물론 앤드루 왕자는 “어떤 형태의 성적 접촉이나 관계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2015년에 법원은 앤드루 왕자에 관한 버지니아의 주장들을 “실체가 없으며 불손하다”며 엡스타인을 고발한 내용과 분리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ABC 방송은 보도 준칙을 충족하지 않아 인터뷰를 내보내지 않았다며 그 결정은 옳았다고 해명한 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사건을 알아보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로백은 (지난해 엡스타인의 실체가 드러난 뒤) 개인적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백 역시 버지니아의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보도 준칙에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표적인 것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 별장에 놀러간 적이 있다는 버지니아의 주장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인터뷰 도중 이를 언급했는데 방송 간부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국 안의 누구도 자신과 취재 팀에게 이 사건을 파헤치는 일을 중단하라고 한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지난 2013년 조지 왕자가 태어났을 때 이를 취재한 에이미 로백(오른쪽 두 번째)이 케이트 미들턴 왕자비, 런던 경찰관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지난 2013년 조지 왕자가 태어났을 때 이를 취재한 에이미 로백(오른쪽 두 번째)이 케이트 미들턴 왕자비, 런던 경찰관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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