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는 美… 트럼프 당선후 3일간 혐오행위 200건

분열하는 美… 트럼프 당선후 3일간 혐오행위 200건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11-13 22:54
업데이트 2016-11-1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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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호하며 흑인·이민자들 위협

초중고서 최다… “브렉시트 때와 비슷”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 사흘 만에 흑인, 이민자 등을 겨냥한 혐오 행위가 200여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흑인, 이민자, 무슬림,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해 차별적 발언을 해 백인들의 혐오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민법센터(SPL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5시까지 언론 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직접 제보로 파악한 혐오에 따른 괴롭힘, 협박 건수가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20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혐오 행위자의 대부분은 트럼프의 당선을 언급하며 흑인, 이민자 등을 괴롭히거나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SPLC의 헤이디 베이리치 대변인은 “혐오 행위가 불과 3일 사이에 200건 넘게 발생한 경우는 처음이다”라며 “이 정도 규모의 혐오 행위는 보통 수개월에 걸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베이리치 대변인은 “이런 현상은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혐오 범죄가 급증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201건의 혐오 행위 중 흑인에 대한 혐오 행위가 50여건으로 제일 많았고, 이민자, 무슬림, 성소수자, 여성에 대한 혐오 행위가 그 뒤를 이었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트럭을 타고 가던 백인 남성 3명이 신호등 앞에 멈춰 있던 흑인 여성에게 “흑인 목숨은 엿 먹어라”고 외치고 웃은 뒤 “트럼프”를 연호한 사례가 신고됐다.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는 흑인 신입생들이 SNS를 통해 폭력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혐오스러운 이미지와 메시지를 받는 사건이 발생해 대학이 연방수사국(FBI)에 사이버범죄 수사를 의뢰했다고 ABC는 전했다.

워싱턴주의 한 식당에서는 한 무리가 “벽을 쌓자”고 외치며 히스패닉을 향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당장 짐을 싸라”, “스픽(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들은 꺼져라”고 위협했다고 SPLC는 소개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대학에서는 남성 두 명이 트럼프가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히잡을 쓴 여학생에게 강도 행각을 벌였으며, 미시간대학에서는 한 남성이 히잡을 쓴 여성을 총으로 위협하며 히잡을 벗을 것을 강요했다.

혐오 행위가 제일 많이 발생한 장소는 40여건이 보고된 초·중·고등학교이며, 그다음으로는 대학, 회사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세 흑인 여학생은 대선 다음 날 학교에서 한 남학생으로부터 “이제 트럼프가 대통령이다”라며 “나는 너를 포함해 내가 발견하는 모든 흑인을 쏘겠다”고 협박했다고 SPLC는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11-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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