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 분노로 불살라진 트럼프 인형

“그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 분노로 불살라진 트럼프 인형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6-11-10 18:14
업데이트 2016-11-1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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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역 곳곳 거센 반대 시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9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는 그의 대통령 취임을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트럼프가 기득권 정치에 등 돌린 백인 저소득층의 몰표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이민자, 여성 등 다양한 반대세력의 좌절감도 치유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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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NO”
“트럼프 NO”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첫날 미국 곳곳은 반(反)트럼프 시위로 얼룩졌다. 9일(현지시간) 한 뉴욕 시민이 갈가리 찢긴 성조기를 들고 있다.
뉴욕 AP 연합뉴스
이날 새벽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이 거리에서 ‘트럼프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수도 워싱턴DC에서는 이민자들이 백악관 근처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에 나섰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는 200여명의 시민이 트럼프 모습을 한 인형을 불태우고 일부는 상점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일부 캘리포니아 주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처럼 캘리포니아도 미국을 떠나자”며 연방 탈퇴를 의미하는 ‘칼렉시트’(California와 exit의 합성어)를 주장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가 전했다.

일리노이 주 시카고와 오리건 주 포틀랜드 등에서는 시위자들이 ‘KKK(백인우월주의 단체) 반대, 파시스트 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면모를 강조했다. 포틀랜드의 일부 시위대는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뉴욕 주 뉴욕시에서도 5000명 이상이 트럼프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서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뉴욕 시민 닉 파워스는 CNN에 “트럼프의 승리가 성차별 관념을 더 강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염려된다”고 시위에 참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 펜실베이니아, 워싱턴, 메인 주 등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섰다.

트럼프는 개표율이 92% 진행된 가운데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넘긴 290명을 확보해 232명을 확보한 힐러리 클린턴에 승리했다. 하지만 전체 득표율은 클린턴이 47.7%(5992만 6000여 표)로 트럼프의 47.5%(5969만 8000여 표)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선거인단 확보로 승패가 갈리는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논란이 16년 만에 재현됐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도 48.4%의 득표율로 47.9%를 얻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에 앞섰지만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는 266대271로 패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등 한때 트럼프의 대통령 자격 미달을 거론하며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던 공화당 주요 인사도 그에게 축하를 보냈다. 라이언 의장은 위스콘신 주 제인스빌 연설에서 “트럼프가 엄청난 정치적 업적을 끌어냈다”면서 “우리는 공화당의 정치 의제를 실천하기 위해 즉각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6-11-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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