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反과학적 대통령”… 짐싸는 외국인 인재들

“트럼프, 첫 反과학적 대통령”… 짐싸는 외국인 인재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11-10 22:22
업데이트 2016-11-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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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최악 상황” 패닉

이민자에 강경·과학엔 무관심
뇌연구 등 기초연구 지원 줄 듯
“전 세계 과학연구에 재앙 될 것”


“트럼프는 역사상 첫 반과학적 대통령(the first anti-science president)이 될 것이며, 그에 따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매우 심각할 것이다.”

기업인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 새벽(현지시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지구촌의 많은 과학자가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은 대통령 선거운동이 벌어졌던 18개월 동안 트럼프는 과학계와 어떤 접촉도 갖지 않았고 과학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 과학저널 양대 산맥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과학계의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미국 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과학과 연구, 교육은 물론 지구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반응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트럼프가 선거 기간 “무슬림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겠다”는 등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표시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과학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재능 있는 외국인 과학자들인데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이들이 미국 내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연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세포생물학회 공공정책 분과의 케빈 윌슨 박사는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행에 관심 있는 유능한 외국 과학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에머리대에서 환경과학을 연구하는 머리 러드 박사도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본국인 캐나다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과학계에서는 이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기초과학에 대한 예산은 물론 범정부적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뇌 연구를 위한 ‘브레인 이니셔티브’, 유인 화성탐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프로젝트,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 굵직굵직한 연구계획을 발표하는 등 과학연구에 적극적이었다. 반면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놀라울 정도로 과학 분야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주요 과학 프로젝트에 대한 폄하만 있었다고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중국의 거짓말’이라며 클린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지속적 사용을 강조하는 한편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주장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저궤도에서 활동하는 군수기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현재 유인 화성탐사나 심우주 탐사 같은 기초연구보다는 상업적 우주산업의 역할 확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의 당선은 생물학을 비롯한 기초과학과 기후변화, 우주탐사 분야 지원 등 미국 내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과학연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11-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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