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세계화 기름 부은 ‘美우선주의’… “서방 해체 신호탄” 분석도

反세계화 기름 부은 ‘美우선주의’… “서방 해체 신호탄” 분석도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6-11-10 22:12
업데이트 2016-11-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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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전후체제에 스스로 도전

트럼프 “WTO 탈퇴·中 관세 인상”
고립주의·보호무역 강화 천명
무역전쟁·극단 세력 급부상 우려
관계 재설정 요구에 나토·IMF ‘긴장’
中·러 세력 확장 대비책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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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전후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도 커졌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피비린내 나는 한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탄생한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 대신 ‘미국 우선주의’로 상징되는 고립주의와 반이민 등 반세계화의 흐름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로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는 현상은 이미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전조를 보였다. 국민투표 전만 해도 브렉시트가 영국과 유럽, 전 세계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기에 잔류가 합리적이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이민자로 일자리를 잃고 복지 혜택이 줄어든다고 느낀 영국 국민은 투표장에서 분노를 표심으로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영국뿐 아니라 아이슬란드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세를 얻으며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노조의 입김이 강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기반이었던 중서부 러스트벨트인 미시간 등에서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일자리를 잃은 백인 블루칼라의 분노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바로 이런 분노를 이용해 미국이 세계 무역질서의 근간인 세계무역기구(WTO)를 탈퇴하고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공약이 현실화되면 19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한 무역전쟁이 벌어진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대니 로드릭 교수는 “19세기 초 세계화로 인한 극단적 양극화는 민족주의와 파시스트 등을 양산했다”며 “극단주의 세력이 불만계층을 동원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세계대전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립주의 양상은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미국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는 동안 힘의 공백을 노린 러시아나 중국이 세력을 확장할 경우 마땅한 대비책이 없어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승리는 서구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도전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 다나 앨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승리는 서방 해체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6-11-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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