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美 대선판 쟁점으로
오바마도 “테러 행위… 총기 규제” 트럼프측 “무슬림 입국 신중 처리”올랜도 총기 테러 사태가 미국 대선판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응을 골자로 한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테러 대책은 물론 총기 규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무슬림 등 소수자 정책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번 참사를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미국은 유사한 공격을 막기 위해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총격 테러 장소가 게이 나이트클럽이라는 점을 의식해 “LGBT 공동체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수백만명의 지지자가 있음을 알기 바란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라고 밝히며 소수자들과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클린턴은 15일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위스콘신주 합동유세를 전격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6개월 만에 다시 발생한 총격 테러에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용의자가 누구인지, 극단주의 세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LGBT 공동체에 특히 가슴 아픈 날이다. 어떤 미국인에 대한 공격도 인종과 종교, 민족,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임을 일깨워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학교나 예배 공간, 극장, 나이트클럽에서 총을 쏠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넣는 게 얼마나 쉬운지 더욱 일깨워 줬다”며 “이게 우리가 원하는 나라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며 총기 규제론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도 “총기를 가져서는 안 되는 사람들과 범죄인,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의 손에 그것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원 조사를 확대하는 등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테러 대응이 미흡하다며 공격에 나섰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에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해 (내 입장이) 옳았다는 축하에 감사한다”며 “나는 축하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강인함과 경각심을 원한다. 우리는 현명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하는 시간에 맞춰 다시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과격한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말을 언급할까?”라며 “만약 하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무슬림 등 네티즌들은 “트럼프가 가장 역겨운 방법으로 이번 사건에 반응했다”며 “강인함은 그들(무슬림)의 부인과 아이들을 죽이겠다는 것이고, 경각심은 모든 종교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캠프 좌장인 제스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이 같은 테러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9·11테러 이후 테러리즘과 연계된 570명 중 3분의2 정도가 이슬람이다. 우리는 이슬람에 극단주의자 요소가 있다는 것을 언급해야 하고, 그들의 입국을 늦추는 등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6-1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