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머먼 무죄’ 항의 20일 100여곳 집회…분수령될 듯

‘지머먼 무죄’ 항의 20일 100여곳 집회…분수령될 듯

입력 2013-07-18 00:00
업데이트 2013-07-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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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법’ 둘러싸고 논란 확대…일부 배심원 “법 수정 필요”

흑인 10대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살해한 히스패닉계 조지 지머먼(30)에 대한 무죄 판결의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100여개 도시에서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각계 유명인사들도 이번 판결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배심원 가운데 한 명은 정당방위 관련법이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아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20일 대규모 항의시위’분수령’ 되나

무죄 판결에 대한 항의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인권운동가들은 주말인 20일 미국 100여 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이날 정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 등 도시의 연방법원건물 앞에 모여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 지머먼을 기소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인 앨 샤프턴 목사는 지난 16일 워싱턴 법무부 앞에서 “우리가 하루 이틀 반짝 화를 내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시민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시위가 예고되면서 오는 주말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무죄평결이 내려진 직후부터 샌프란시스코,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워싱턴, 애틀랜타 등지에서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로스앤젤레스와 오클랜드 등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창문을 깨고 국기를 불 태우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과격화 양상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샤프턴 목사가 주도하는 주말 시위는 다음 달 말로 예정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50주년 행사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평결의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정당방위법 ‘논란’…한 배심원 “법 고쳐야”

항의의 물결은 지머먼이 무죄 판결을 받은 근거인 정당방위법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에 대한 논란으로 퍼지고 있다.

플로리다주 등 30여개 주에서 채택한 이 법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지머먼 무죄’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법이 지나치게 적용 범위가 넓어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 평결을 내린 여성 배심원 6명 가운데 1명이 이 법을 수정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면서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B37’로 알려진 배심원은 17일 성명을 통해 “(법의) 테두리 내에 머물려면 무죄평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정당방위법을 수정할 수 있는 영향력과 힘을 가진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인 에릭 홀더 장관도 16일 흑인권익단체인 전미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연례회의에서 정당방위법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B51’과 ‘B76’, ‘E6’, ‘E40’ 등 다른 배심원들은 별도 성명을 통해 “B37 배심원의 인터뷰 등 발언은 개인적이며 우리의 뜻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에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그동안 정당방위법을 지지한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미국 법은 주어진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도록 배심원단에 요구하고 있다”며 “검찰은 지머먼이 고의로 살인을 저질렀고 정당방위가 아니었다고 배심원들이 믿도록 기준을 높게 잡기 마련”이라며 간접적으로 옹호의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샤프턴 목사는 주말 시위에 이어 다음 주 중으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정당방위법을 논의하는 회의를 연다고 밝혀 정당방위를 둘러싼 법적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유명인사들 비판 ‘목소리’ 이어져

’지머먼 사건’으로 전 미국이 들끓는 가운데 각계 유명인사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63)은 ‘아메리칸 스킨(41발)’이라는 제목의 자신의 노래를 트레이번 마틴에게 헌정했다.

스프링스틴은 지난 16일 아일랜드 리버릭에서 열린 콘서트 도중 관중을 향해 “마틴을 위한 정의를 지지하는 뜻에서 이 노래를 고국에 띄운다”고 말했다.

’미국인의 피부’라는 뜻의 제목으로 쓰인 이 노래는 1999년 뉴욕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아마두 디알로에게 41발의 오인사격을 해 살해한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팝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시각장애 흑인인 스티비 원더도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공연 도중 “정당방위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플로리다에서 노래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밖에 여가수 케이티 페리, 영화배우 존 쿠삭, 힙합 스타 MC해머,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샤킬 오닐, 여배우 맨디 무어 등 많은 스타들이 SNS를 통해 판결에 유감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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