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모랄레스, 복귀하나…그가 내세운 후보 1차투표서 선두

‘망명’ 모랄레스, 복귀하나…그가 내세운 후보 1차투표서 선두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10-19 15:11
업데이트 2020-10-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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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대통령 사퇴 선언
볼리비아 대통령 사퇴 선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지방도시 코차참바에서 사임을 발표하는 모습. 볼리비아 TV방송이 공개한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2019.11.11
AFP 연합뉴스
중남미 볼리비아에서 18일(현지시간) 치르진 대선에서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60) 전 대통령이 내세운 좌파 후보 루이스 아르세(57)가 1차 투표에서 선두로 조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세는 모랄레스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아르세가 승리하면 우파의 ‘쿠데타’로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모랄레스에게 복귀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BBC가 전망했다. 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볼리비아는 긴장감이 흐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지 매체의 출구조사 결과 아르세가 52.4%를 득표할 것으로 보여 31.5%로 예상되는 카를로스 메사(67)에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전했다. 전직 대통령 출신 중도 후보인 메사는 이를 받아들이기 거부한다. 현지 시간 19일 오전 1시 현재 10% 이하의 개표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르세 후보는 출구조사 승리에 크게 고무되어 있지만 승리를 선언하지 않고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과도 정부의 제닌 아녜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승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며 볼리비아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출구조사 결과가가 확정되면 아르세는 결선투표 없이 대통령이 되면서 볼리비아는 1년여만에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 아르세를 낙점한 모랄레스는 집권당 사회주의운동(MAS)의 실질적인 ‘오너’로 현실 정치에 개입할 길이 열릴 수 있다.
지난 14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 외곽 엘 알토에서 유세를 하는 대선 후보 루이스 아르세. 아르세는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발탁한 좌파 후보다. 엘 알토 EPA 연합뉴스
지난 14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 외곽 엘 알토에서 유세를 하는 대선 후보 루이스 아르세. 아르세는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발탁한 좌파 후보다. 엘 알토 EPA 연합뉴스
앞서 라틴 아메리카 지정학 전략센터가 지난달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르세 지지율은 44.4%로, 메사의 34.0%를 크게 앞서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거나, 최다 득표자가 40%의 득표율로 차점자보다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이기면 결선 투표로 가지 않을 수 있다. 결선 투표는 11월 29일 예정돼 있다.

볼리비아 정치 평론가 카를로스 토란조는 “아르세에 투표한 사람은 누구나 실제로는 모랄레스를 위해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스 조사 결과 아르세가 34%로, 메사(2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에도 주요 후보가 3명 더 있다. 메사가 근소하게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모랄레스와 아르세는 깊이 얽혀 있다. 모랄레스 정권에서 12년 동안 재무장관을 지낸 아르세는 지난해 11월 모랄레스를 따라 망명했다. 당시 멕시코로 망명했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옮겨간 모랄레스는 자신의 사회의 대선 후보로 아르세를 발탁하고, 그의 선거운동을 관리했다.

모랄레스는 지난달 전화로 지원 유세를 통해 “선거에 이긴 다음날, 나는 볼리비아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대선 후보 카를로스 메사가 유세도중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03~2005년 대통령을 지낸 그는 모랄레스의 최대 정적인 중도 후보다. 라파즈 AP 연합뉴스
볼리비아 대선 후보 카를로스 메사가 유세도중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03~2005년 대통령을 지낸 그는 모랄레스의 최대 정적인 중도 후보다. 라파즈 AP 연합뉴스
이에 대해 지난해 대선에서 모랄레스와 다퉜던 메사는 “지금은 우리 미래를 위해 매우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모랄레스가 돌아오겠다는 환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사는 2005년 모랄레스가 주도한 시위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남미 정치평론가 마리아노 마차도는 “초박빙의 승부는 시위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었던 모랄레스는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개표 조작 의혹으로 대통령 사임과 망명 길에 올랐다. 이번 대선은 지난 3월 예정됐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차례 연기된 끝에 치러졌다. 대선 투표용지에서 모랄레스의 이름이 사라진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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