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엄숙, 따분? No!’ 고정관념 깬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화제

‘고전은 엄숙, 따분? No!’ 고정관념 깬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화제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0-06-25 15:45
업데이트 2020-06-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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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와 마주친 뒤 돌로 변한 코로나 바이러스, 그림 바깥으로 튀어나온 난쟁이…’

르네상스 미술의 성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이 ‘고상과 진지함’을 벗어던진 파격적인 ‘틱톡’(TikTok) 홍보 영상으로 관광객 및 어린 학생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미술관이 먼지 케케묵은 르네상스 미술품 창고라는 이미지를 깨고 ‘탐험할 만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어린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참신한 시도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르네상스 시기의 대작들을 감상하는 새로운 관점도 제공했다는 호평도 나온다.

우피치 미술관은 보티첼리의 ‘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 고지‘, 카라바조의 ‘성 마테오 3부작’ 등 화려한 르네상스 소장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이 올리는 틱톡 영상에는 유머러스한 풍자와 우스꽝스러움, 초현실이 한데 녹아 있다.
‘고전 미술은 엄숙하고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영상 일부. 르네상스 시대 명화가 카라바조의 난쟁이가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미술관 정원을 돌아다니고, 르네상스 시대 미인의 기준이 대중 가요를 배경으로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캡처.
‘고전 미술은 엄숙하고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영상 일부. 르네상스 시대 명화가 카라바조의 난쟁이가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미술관 정원을 돌아다니고, 르네상스 시대 미인의 기준이 대중 가요를 배경으로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캡처.
지난달 올라온 영상에는 인기 유튜버 겸 가수 테드릭 홀의 노래 ‘네일, 헤어, 힙스, 힐스’(Nail, Hair, Hips, Heels)에 맞춰 보티첼리의 봄의 여신 ‘플로라’가 클로즈업된다.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가사에 맞춰 르네상스 시대에 미인의 상징이었던 ‘가는 허리, 풍만한 허벅지’를 풍자하는 식이다.

다른 영상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모양의 만화 캐릭터가 춤을 추다 카라바조의 ‘메두사’ 그림 앞에 멈춰선다. 메두사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를 돌로 변하게 만들었다는 그리스 신화의 마녀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돌로 변한 뒤 바닥에 떨어져 두 동강 난다. 이 메두사는 얼굴에 코로나 방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영상 사운드트랙은 미국 인기 가수 카르디 비의 ‘코로나 바이러스’다.

또 브론치노의 1552년 그림 ‘난쟁이 모르간테의 초상’ 속 난쟁이는 벌거벗은 채로 캔버스에서 튀어나와 미술관 정원에서 사냥을 한다. 16세기 메디치 가문의 어릿광대였던 실제 인물 모르간테는 실제로 이곳 정원에서 사냥을 했다고 한다. 영상의 많은 부분이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영상. 명화 메두사와 마주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화의 내용처럼 돌로 변한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영상. 명화 메두사와 마주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화의 내용처럼 돌로 변한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 4월 28일 만들어진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계정은 이런 영상에 힘입어 팔로워가 2달 만에 2만 2000명까지 늘었다. 틱톡 영상을 기획한 일데 포르지오네(35) 행정직 요원은 “좀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주에 우피치의 명화 2점을 차용해 ‘추파를 던지는 나쁜 예’라는 영상을 올렸는데 즉각 2500여개의 ‘좋아요’를 받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미술관 중 틱톡 계정이 있는 곳은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레이크스 국립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등 1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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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영상 속 코로나 마스크를 쓴 메두사 그림.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영상 속 코로나 마스크를 쓴 메두사 그림.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우피치 미술관 역시 2015년에야 공식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페이스북 계정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술관이 문을 닫게 된 지난 3월에야 만들었을 정도로 디지털 조류에는 무지했다. 에이크 슈미트 박물관 디텍터는 “우리는 거의 구석기 시대에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보다 틱톡이 젊은 사용자들에게 먹힌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포르지오네에게 틱톡을 담당하는 소셜 미디어팀을 이끌도록 한 뒤 소위 홈런을 쳤다.

틱톡 역시 지난 4월 미술관 및 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에 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하는 등 예술 관련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2일 재개관을 앞둔 우피치 측은 “틱톡 영상을 본 젊은 팬들이 직접 미술관을 방문해서 그들 자신만의 틱톡 영상을 제작해 ‘우피치 미술관’ 태그를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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