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둔화에 시진핑 영웅화 나선 중국 언론들

코로나19 둔화에 시진핑 영웅화 나선 중국 언론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3-09 09:12
업데이트 2020-03-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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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원들을 독려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번째). 2020.3.2  A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원들을 독려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번째). 2020.3.2
AP 연합뉴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자 중국 관영 언론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영웅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녈(WSJ)은 8일(현지시간) ‘베이징, 시진핑 주석을 코로나바이러스 전쟁의 영웅으로 그려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언론을 이용해 시진핑 주석을 공중보건 재난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이자,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관영 신화통신은 최전방 의료진 방문부터 외국 지도자들과의 전화통화까지 시진핑 주석의 전염병 행보를 꼼꼼하게 묘사한 뒤 “시진핑 주석은 항상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신생아처럼 깨끗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밖에도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정부 통제 하에 있는 언론들도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19가 더 멀리 확산되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준 지도자”라는 찬사를 퍼붓고 있다.

지방정부도 시진핑 찬양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에서도 지난 6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에 감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감사 교육 캠페인’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환자와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상하리만치 공식 행보를 자제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한 방문이나 방역 현장 격려 등의 업무는 2인자인 리커창 총리가 도맡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떨어지자 이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코로나19 사태에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8일까지 중국에서는 8만명이 감염됐고 3000여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나 중국 내 실제 여론이 좋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국민들은 지도자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할 것 같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그러나 비판 글들이 공산당의 검열을 받고 곧 사라졌다고 WSJ는 전했다.

홍콩 소재 리서치회사 ‘오피셜 차이나’의 라이언 마누엘 상무이사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을 영웅화함으로써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하급 관리의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시 주석은 보고를 받은 즉시 매우 단호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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