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넘치는 아프리카 ‘가짜 정보’ 배후는 ‘푸틴 주방장’

페북에 넘치는 아프리카 ‘가짜 정보’ 배후는 ‘푸틴 주방장’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10-31 13:00
업데이트 2019-10-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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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러시아가 주도 ‘왜곡 정보’ 확산 계정 적발
“여론조작, 러시아가 초강대국 각인시키는 전략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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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 서빙을 하는 예브게니 프리고친(왼쪽). 사진은 2011년 촬영된 것이다. AP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 서빙을 하는 예브게니 프리고친(왼쪽). 사진은 2011년 촬영된 것이다. AP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과 연결된 페이스북 계정이 아프리카 8개국에서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을 적발했다고 페이스북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가짜 신분 뒤에 숨어 있는 세력은 2016년 미국 대선을 표적으로 삼아 미국에서 기소된 ‘푸틴의 주방장’ 예브게니 프리고친으로 올라갔다고 AFP통신이 페이스북 발표를 인용해 이날 전했다.

페이스북 사이버보안 정책 담당 너새니얼 글레이처는 성명에서 “이런 작전 세력은 그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했는지에 관해 사람들을 오도하는 계정망을 만들었다”며 “우리가 발견한 정보들을 법 집행당국, 정책 입안자들, 산업계 파트너들에게 공유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기원된 계정들은 마다가스카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콩고민주공화국, 아이보리 코스트, 카메룬, 수단, 리비야였다. 왜곡된 정보 확산을 통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고, 러시아의 새 정책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인터넷 여론 조작이 한 국가 차원을 넘어 아프리카 대륙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페이스북과 함께 조사에 참여했던 미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적어도 계정 몇개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충돌을 일으키는데 적극적으로 활동한 러시아 비밀 군사 조직인 ‘와그너 그룹’에서 나왔다. 와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수단에 용병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스러운 러시아 신흥 부호인 프리고친은 미국 대선 뿐만 아니라 와그너 그룹과 연관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인터넷연구기관(IRA)의 배후로 알려져 있다. 와그너 그룹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그는 1990년대 러시아에서 고급 음식점을 운영해 ‘푸틴의 주방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 수억 명의 계정 비밀번호가 암호화 장치 없이 상당기간 노출되는 정보유출 사고를 저질렀다. 사진은 2015년 3월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F8 서미트에서 연설하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모습.F8은 페이스북의 플랫폼이다. 샌프란시스코 AFP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사용자 수억 명의 계정 비밀번호가 암호화 장치 없이 상당기간 노출되는 정보유출 사고를 저질렀다. 사진은 2015년 3월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F8 서미트에서 연설하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모습.F8은 페이스북의 플랫폼이다.
샌프란시스코 AFP 연합뉴스
한 작전 세력은 35개의 계정을 가지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콩고민주공화국, 아이보리 코스트, 카메룬에 초점을 맞춰 활동했다. 47만 5000명의 팔로어를 끌어모으고, 광고비로 7만 7000달러(약 9000만원)를 지출했다. 수단을 타깃으로 삼은 작전 세력은 20개의 다른 계정을 두고 신문사처럼 위장했다. 리비야를 표적으로 삼은 세 번째 세력은 15개의 계정을 두고 지역 뉴스와 지정학적 이슈들을 게재하고 있었다.

스탠퍼드대 사이버 정책센터(SCPC)는 성명에서 “작전은 적어도 국가의 명령을 받아서 한 것” 같았고, 원주민이나 현지어를 말하는 하청업자에 의존하고 있어서 탐지하기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뿐만 아니라 와츠앱과 텔레그램도 이용했다.

연구자들은 “여론조작 작전은 러시아가 지정학적 초강대국임을 확신시키려는 글로벌 전략의 일부처럼 보였고, 리비야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준군사 조직을 배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가난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로서 전통적으로 식민 종주국인 프랑스와 가까웠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해 서방을 깜짝 놀라게 했다.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군사훈련단과 대통령 선임보좌관을 파견하고, 정부와 반군을 중재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광고 중단 압박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은 올 3분기 순익이 60억 9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어났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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