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대단히 고통받아…현시점서 추가제재 필요하지 않아”

트럼프 “北 대단히 고통받아…현시점서 추가제재 필요하지 않아”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3-30 14:08
업데이트 2019-03-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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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의 제재 부과, 그대로 둬선 안되겠다고 결정”…‘제재철회’ 논란 해명“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이며 서로를 이해…관계 유지 매우 중요”‘포스트 하노이’ 교착국면서 유화적 메시지 발신하며 톱다운 해결 의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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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이 이미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현시점에서는 추가 대북제재가 필요하지 않다고 직접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의 개인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를 왜 번복하려 했느냐’는 질문에 “북한 사람들은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나는 그저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제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중에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나는 현시점에서 추가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

‘대북 제재를 번복하려 했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트윗을 올려 논란이 된 것을 지칭한 것이다.

당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트윗을 올린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변인을 통해 전달했던 ‘추가 대북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육성’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트윗에서 불쑥 언급한 ‘철회 지시’는 그 대상이 전날 미 재무부가 발표한 제재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있을 추가 제재를 언급한 것인지 불분명해 논란이 됐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들(재무부)은 제재를 부과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 단지 그렇게 되도록 놔둬선 안되겠다고 내가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위터로 ‘철회 지시’를 한 대상이 전날 재무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를 의미했던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의 제재 부과 결정을 뒤집으려 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는 내가 매우 잘 지내는 사람”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적어도 할 수 있는 한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정상 회담 이후 김 위원장과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적이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교착국면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북한이 이미 부과된 제재로 충분히 고통받는 만큼 당장 추가제재는 부과하지 않겠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과 여전히 관계가 좋고 앞으로도 그러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톱다운 해결’의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중심으로 대북 압박 기조를 강조해온 것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감지되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나중에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그에 대한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경고’의 뜻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1일 워싱턴DC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전개돼온 진행 상황에 대한 진단을 공유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 정상화를 위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김정은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면서 북한에 대한 신규 제재를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차 없이 제재를 가해온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적성국을 대하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부가 그 전날인 지난 21일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는 의심을 받는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가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철회 대상’이 뭔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져 왔다.

당시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하려고 한 제재는 전날 재무부의 발표 내용이 아니라 수일 내에 예정돼 있던 ‘미발표 대규모 제재’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전날 발표된 재무부 제재를 철회하려고 작정했던 것이며,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스로 설득하면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한 것처럼 ‘호도하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라는 보도가 속속 나왔다. 이러한 미발표 대북제재는 애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소식이 알려진 뒤 몇시간 만에 나왔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호응이라도 하는 듯 남북연락사무소 일부 복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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