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짜 보드카’ 피해 눈덩이…중독 사망자 71명으로 늘어

러 ‘가짜 보드카’ 피해 눈덩이…중독 사망자 71명으로 늘어

입력 2016-12-22 19:05
수정 2016-12-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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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함유 로션 마신 중독 환자 계속 사망…무허가 보드카 사망자도 나와”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발생한 메틸 알코올 중독 사건 희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르쿠츠크시 보건국은 22일(현지시간) 보드카 대신 화장용 스킨 토너를 마시고 숨진 현지 주민이 71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보건국은 “전체 중독자가 171명으로 파악됐으며 그 중 40명이 병원에서 숨지고 31명은 자택에서 사망했다”면서 “현재 36명은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과 18일 대규모 중독 사건이 발생한 이후 중독자와 사망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독자 가운데 사망자도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수사·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르쿠츠크시 노보레니노 구역 주민들이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단체로 급성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일부 환자들은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오는 과정에서 숨지거나 병원 도착 후 곧바로 사망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25~50세 사이의 빈곤 계층에 속한 남녀 주민들로 파악됐다.

당국의 확인 결과 이들은 보드카 대신 현지 상점들에서 피부 보습용이나 사우나용으로 판매되는 스킨 토너 ‘보야리쉬닉’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주민들은 그동안 비싼 보드카 대신 값이 싼 알코올 함유 화장수나 의료용 알코올 제품 등을 물에 타 보드카 대용으로 마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산사나무(hawthorn) 추출 수액으로 만들어진 보야리쉬닉 제품에는 메틸알코올과 냉동 방지제 등이 함유된 것으로 성분 분석에서 나타났다.

현지 수사당국은 제조·판매 관련자 1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22일엔 허가를 받지 않은 값싼 보드카를 마신 이르쿠츠크 주민 1명이 다시 사망했다. 유족들은 사망자가 ‘벨라랴 베료자’(백색 자작나무)란 무허가 보드카를 마셨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빈곤층에겐 부담스러운 보드카 가격이 ‘가짜 보드카’ 사망자들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주민들의 알코올 남용을 막기 위해 최저 보드카 가격 제도를 정해 운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싼 보드카가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면서 취약 계층 주민들이 가짜 보드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올해 보드카 최저 소매가는 190루블(약 3천700원)로 정해져 있다. 현재 러시아 최저임금이 7천500루블(약 14만 8천원)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드카 시장에서 가짜 보드카 비율이 14%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의료용 알코올이나 알코올 함유 스킨 토너 등을 보드카 대신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주민이 1천5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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