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선 마르코스 국립묘지 안장 반발 시위...한국 박정희는?

필리핀에선 마르코스 국립묘지 안장 반발 시위...한국 박정희는?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6-11-25 20:49
업데이트 2016-11-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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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前대통령과 동시대 인물로 주목

 필리핀 정부가 20세기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17~1989년) 전 대통령의 국립 ‘영웅묘지’ 안장을 승인하자 이에 대해 반발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언론 필리핀 스타 등이 25일 보도했다. 동시대에 철권 통치를 펼쳤던 박정희(1917~1979년)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촛불 집회가 거센 가운데, 아시아권 두 민주 국가의 과거사에 대한 다른 대응이 주목을 받고있다.

 이날 오후 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반(反)마르코스 단체와 인권단체 등의 주최로 열린 ‘검은 금요일’ 시위에는 폭우에도 수천 명의 시민과 대학생 등이 참가했으며 상당수가 반마르코스 연대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었다. 이들은 “마르코스는 영웅이 아니다”며 영웅묘지 안장 철회를 요구했다.

 필리핀 국립대의 한 남학생 동호회원 수십 명은 대학 캠퍼스에서 마르코스의 영웅묘지 안치를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체 달리기 행사를 하며 “정부는 역사의 어두운 장을 잊지 않음으로써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은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필리핀 정부와 마르코스 가족들은 18일 마르코스의 시신을 고향 마을에서 마닐라 영웅묘지로 기습적으로 이장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마르코스가 전직 대통령이자 군인으로서 영웅묘지에 안장할 자격이 있다며 안장 승인을 철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야당인 자유당(LP) 소속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마르코스 가족들이 도둑처럼 시신을 영웅묘지에 안장해 국민을 모독했다고 비판하는 등 야권의 반발도 거세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도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국립 영웅묘지 이장은 순국선혈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마르코스는 1965년에 대통령이 된 뒤 21년 동안 권력을 놓지 않았다. 그는 여러 면에서 1917년생 동갑내기인 박 전 대통령과 흡사했다. 비슷한 시기에 오랫동안 장기 집권을 했고 꼭 같은 해(1972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법을 뜯어고치며 철권 독재를 펼쳤다.

 차이가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의 등장과 몰락이 마르코스보다 훨씬 더 극적이었고 경제 성장 업적이 좀더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쿠데타를 계기로 집권해 1979년 최측근 김재규에 의한 암살로 끝났다. 이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됐고 최근 일각에서는 광화문 광장에 동상을 세우려는 시도도 나왔다. 마르코스는 선거로 집권했으나 1986년 ‘피플파워’라고 불리는 민중 봉기로 사퇴하고 미국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사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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