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광산재벌 출신의 지역 유력 정치인이 딸을 위해 800억 원대 초호화 결혼식을 열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기존 고액지폐 사용중지 조치로 상당수 주민들이 하루하루 사용할 현금이 없어 곤란을 겪는 터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가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NDTV 등 인도 언론이 16일 전했다.

남부 카르나타카 주 관광부 장관을 지낸 광산재벌 갈리 자나르단 레디(49)는 주도 벵갈루루에서 16일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12일부터 잔치를 열었다.

레디는 결혼식 초청장부터 LCD 전자 액자가 설치된 금도금 상자에 담아 지인들에게 보내 재력을 과시했다.

레디는 결혼식 주행사장으로 쓰기 위해 벵갈루루 고궁 지역에 발리우드(인도 영화) 미술 감독들을 불러 유명 힌두사원을 본뜬 세트장을 만들었다. 하객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공간은 자신의 고향 마을처럼 꾸몄다.

입구에서 행사장으로 손님들이 이동하는 데에는 40대의 우마차가 동원됐다.

초대된 하객은 5만명에 이르고 경비원만 3천명이 동원됐으며 행사장 주변에 경찰도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3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행사 기획자는 행사준비에만 3억루피(52억원)가 사용됐다면 “비용 전액이 행사에 앞서 수표로 지급됐다”고 NDTV에 말했다.

영국 BBC 방송 등은 신부를 장식한 보석 가격만 9억 루피고, 신부가 입은 사리(인도 전통 여성의상) 가격은 모두 1억7천만 루피라며 이를 포함한 전체 결혼 비용은 50억 루피(863억원)에 이른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레디는 현재는 당적을 바꿨지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으로 주 정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부패 혐의로 3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BJP 지도부는 정부가 검은돈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음을 들어 이 지역 당간부들에게 가능한 한 이번 결혼식을 멀리하라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카르나타카 주 BJP 대표 등 상당수 간부가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이 목격됐다.

BJP 중앙당 대변인 시다르트 나트 싱은 NDTV에 출연해 “이번 초호화 결혼은 생각이 없는 일이며 결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도 부자들의 천박함”, “고액권 사용 중지 조치가 부패를 근절하지는 못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등 비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