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방문 오바마 “조잡한 국수주의 경계…불평등 해결해야”

그리스 방문 오바마 “조잡한 국수주의 경계…불평등 해결해야”

입력 2016-11-16 07:35
업데이트 2016-11-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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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프라스와 정상회담…“트럼프 승리·브렉시트 투표는 세계화에 대한 두려움”

“강한 유럽·나토는 전 세계 위해서도 바람직”…“긴축만으론 번영 없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후 임기 마지막 해외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방문지인 그리스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아테네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정상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승리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는 둘 다 세계화에 대한 두려움, 정부 체계와 엘리트에 대한 의심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술, 소셜 미디어, 끊임없는 정보들과 결합한 세계화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고, 이는 좌우를 막론하고 명백히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도 포퓰리즘을 양산하고 있다”며 “이는 일견 인종이나 종교, 문화적 차이의 문제처럼 나타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조잡한 국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유럽이 서로의 차이를 강조하고, 분열했을 때 우리는 역사 속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20세기 초반 유럽은 피로 물들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승리를 “미국인들이 현 상황을 흔들고 싶어했기 때문”이라며 “8년 동안 재임한 대통령이 있다면 바꾸고 싶어하는 게 당연한 속성”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긴장의 시기에 대중은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완전히 알지 못한 채 단순히 변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선거로 우리가 얻은 교훈은 불평등과 같은 문제, 우리의 자녀는 우리만큼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테네 도착 직후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는 유럽의 단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강하고, 통합된 유럽은 유럽인들뿐 아니라 미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대서양 양안의 관계는 유럽과 미국의 상호 안전과 번영의 초석”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나토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해온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의식한 듯 “미국 정부가 교체되는 시기이지만 나토는 연속성을 가질 것”이라며 “민주당과 공화당 등 정부의 당적에 상관없이 나토 동맹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긴축 정책만으로는 번영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며 국제 채권단과의 채무 감축 협상을 앞둔 그리스를 지원 사격했다.

그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번영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철학을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게도 거듭 이야기하고 싶다”며 “아울러, 그리스의 채무 경감 등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국가 채무와 재정 위기로 2010년부터 EU, 국제통화기금(EU)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친 구제 금융을 받아 연명 중인 그리스는 본격적인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채무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국제 채권단에 채무 경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EU에서 가장 발언권이 센 독일 등은 그리스가 재정 지출 삭감, 노동 시장 유연화, 공공 부문 민영화 등 추가 개혁 조치를 완수해야 채무 경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그리스에 대한 과거 2차례 구제금융에 참여한 IMF는 그리스에 대한 EU의 채무 경감이 선행되기 전에는 3차 구제금융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계속된 긴축 조치로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그리스 정부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 등을 설득해주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의 소망과는 달리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국제 사회에서 과거와 같은 무게감을 갖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그리스는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이뤄진 미국 현직 대통령의 방문에 대비해 아테네 시내와 오바마 대통령의 숙소가 위치한 아테네 남부 해변에 경찰 병력 5천 명을 배치하고, 이 구역에서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좌파와 무정부주의자들은 “미국 제국주의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옛 유고 연방의 해체로 발칸 반도 정세가 불안정하던 클린턴 대통령 방문 시에도 미국의 발칸 반도 개입에 저항하며 아테네 시내에서 격렬한 반미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그리스에는 1960년대 그리스 독재정권을 지원한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큰 편이다.

중동과 유럽을 잇는 요충지에 위치한 그리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 해외 마지막 순방의 첫 방문국으로 그리스를 택한 오바마 대통령은 16일에는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그리스 국민을 상대로 민주주의를 주제로 연설한 뒤 다음 순방지인 독일로 떠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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