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베를루스코니는 국정운영 실패, 트럼트는 성공할까

닮은꼴 베를루스코니는 국정운영 실패, 트럼트는 성공할까

입력 2016-11-11 11:26
업데이트 2016-11-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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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출신·막말’ 베를루스코니 ‘정부 개인소유화’로 경제회생 기대감 물거품

정치계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유럽 정계의 또다른 이단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의 공통점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를 3번이나 역임한 베를루스코니 역시 정계 입문 전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모은 점이 트럼프와 흡사하다.

또 유달리 조국애를 강조하는 ‘애국심 코스프레’도 유사하다. 트럼프는 당선 연설에서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1일 두 사람의 유사성을 조명하면서 이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베를루스코니와 트럼프 모두 정계 입문 동기를 주류 정치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들을 내세웠다.

결국 두 사람은 기존 정당 내부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당선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 주류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총리에 오른 후 수개월 뒤 정당을 직접 창당하고 자신의 광고회사 간부들을 주요 당직에 앉혔다.

두 사람 모두 성격 면에서 자존심이 강하고 라커룸 담소를 즐기고 여성편력도 흡사하다. 두 사람 모두 섹스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여성을 사랑한다고 하나 모두 외모를 중시하는 타입이다.

두 사람 모두 평이하고 다분히 저속한 언어를 이용해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본래 성향은 보수이지만 이러한 사회 기층 접근 방식을 통해 좌파 성향의 근로 계층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표를 모으는 데 있어 두 사람에게 사실(fact)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첫 집권 시기를 비교하면 트럼프가 베를루스코니보다 나이가 13살이나 많다.

베를루스코니는 2011년 퇴임 시까지 이탈리아 공화국 사상 최장수 총리를 기록했다.

베를루스코니의 전력을 감안할 때 백악관 입성 후 트럼프의 국정 방향에 대해서도 모종의 단서를 추정할 수 있을까?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취임 후 극우 보수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주로 이민과 고용 분야에서 보수적 조치들을 마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개인화’가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특징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취임 당시 이탈리아 최고 부자였으며 지지자들은 사업을 할 때처럼 마법같은 수완을 발휘해 이탈리아 경제를 살려주기를 기대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 유권자들 역시 이런 기대심리를 품고 있다.

그러나 총리로서 베를루스코니의 실적은 실망적이었다. 간헐적인 정체외 침체 속에 이탈리아 경제는 별 성장을 이루지 못했고 이탈리아인들은 실질 소득 면에서 10년 전보다 오히려 가난해졌다.

결국 베를루스코니 통치에서 미국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사업가로서의 성공이 국가 경제 관리 능력을 전혀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가 거둔 ‘성공’이라면 재임 기간 자신의 개인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대한 법안들을 통과시킨 것으로 자신의 사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른바 30여 개의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다.

트럼프는 베를루스코니와 똑같이 할 수 없을지 모르나 베를루스코니의 통치 특성인 또 다른 형태의 ‘개인화’에 빠져들 유혹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교에서도 베를루스코니는 사업상 흥정기술을 이용해 국가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었으나 그의 흥정 재능은 리비아의 카다피나 터키의 에르도안, 러시아의 푸틴 등 반민주 독재자들에게는 일부 효과를 거뒀으나 다른 유럽연합(EU) 동료 지도자들에게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베를루스코니가 푸틴에게 손을 내미는 것과 트럼프가 내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트럼프는 핵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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