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인다는 ‘광대괴담’에 눈물짓는 진짜 피에로들

사람 죽인다는 ‘광대괴담’에 눈물짓는 진짜 피에로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10-12 17:11
업데이트 2016-10-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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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떨어져 생계 막막

광대 분장을 한 사람들이 납치와 살인 행각을 벌인다는 이른바 ‘광대 괴담’이 퍼지면서 직업광대들의 생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광대 괴담이 캐나다, 영국, 호주 등지까지 확산하자 일감이 크게 줄어든 직업 피에로들이 생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퍼지 더 크라운’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미국 뉴저지 출신 여성광대는 “생계를 위해 34년 동안 직업광대로 일했지만 (광대 괴담이) 내 일을 망치고 있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찾는)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광대 괴담은 대중의 과잉반응으로 이어지면서 사건사고로 비화되는 실정이다.

특히 괴담이 시작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그린빌에서 주민들이 광대가 출몰한다는 숲을 향해 총을 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나쁜 광대로 오인돼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광대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사람을 즐겁게 하려고 존재하는 광대들이 직장 안전 문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게 여겨져 이들이 행동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웃기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인식도 있다.



국제미국광대협회도 이 문제에 대해 답변을 꺼리면서도 “우리는 몇 번이나 설명하려고 했으나 잘 된 적이 없었다”며 “우리를 더 나쁘고, 바보같이 만들 뿐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광대 모양을 한 악마 캐릭터를 만들어낸 ‘스릴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이 트위터에 “광대 공포를 진정시킬 시점이다. 광대 대부분은 좋은 사람이고, 사람들을 웃게 해준다”는 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광대들이 자체적으로 조처를 취하고 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본뜬 ‘광대 생명도 소중하다’(Clown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유령의 집에서 시간제 광대로 일하는 조던 존슨은 자신의 직업이 묘사되는 방식에 대해 화가 난다며 페이스북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미 애리조나 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니키 신도 “광대들이 정신병자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오는 15일 ‘광대 생명도 소중하다’ 평화 행진을 계획 중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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