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흑인 사살부터 얘기하자”…두테르테, 오바마에 ‘역공’

“美경찰 흑인 사살부터 얘기하자”…두테르테, 오바마에 ‘역공’

입력 2016-09-02 09:59
업데이트 2016-09-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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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첫 대면을 앞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6∼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에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때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 침해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 소식을 접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에서 경찰 총에 죽는 비무장 흑인들의 인권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2일 필리핀 일간 선스타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한 종교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문제로 필리핀 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미국에서 벌어지는 흑인 피살 문제를 먼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나에게 인권에 대해 말하기를 원한다는데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엎드려도 총에 맞고 있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경찰의 비무장 흑인 사살 등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필리핀의 인권상황을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할리우드의 거의 모든 사람이 코카인을 복용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에 ‘미친 지역사회’가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인권문제에 관해 말하기 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먼저 (마약)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말에 우선 귀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상대 국가의 인권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달간 마약 용의자 2천 명가량이 경찰이나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었다. 국내외 인권단체는 물론 미 국무부도 이미 인권 침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양자 대화를 하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을 일정 상의 이유로 거절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반 총장은 지난 6월 범죄용의자 즉결처형을 옹호하는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과 관련, “불법이고 기본권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기구의 비판이 잇따르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유엔 탈퇴를 경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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