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썽 언행은 정치전술 아니라 성격장애·수면박탈 탓?

트럼프 말썽 언행은 정치전술 아니라 성격장애·수면박탈 탓?

입력 2016-08-03 15:53
업데이트 2016-08-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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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비판도 못 참고 배로 되돌려줘야 직성 풀려…스스로 주체못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비판과 반대를 넘어 혐오와 절망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외교적으로 이례적으로 다른 나라 대통령 후보에 대해 “구역질”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혐오감을 표시했다.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트럼프에 대해 “자기 파괴적”일 정도로 “자신을 주체할 수 없는” 성격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절망감을 나타냈다.

트럼프는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막말도 서슴지 않았으나, 지지자들은 정치권과 언론 등 특권층의 정치적 위선을 난타하는 “대담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열광과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트럼프가 특권층이 아닌,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아들을 둔 무슬림 부모로부터의 비판을 참지 못하고 이들에게 무슬림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그의 좌충우돌식 언행에 대한 역풍이 크게 일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케이건은 트럼프의 공격적 언행들이 기득권층에 대한 지지자들의 분노를 선동해 지지세를 규합하려는 노회한 선거전술 차원이 아니라 화가 나면 자신을 스스로 주체하거나 억제하지 못하는 병적 증상의 발현이었을 뿐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위선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 것은 의도치 않은 부수효과일 뿐이라는 것.

케이건은 “사소한 비판이나 반대도 용납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해지는데도 일일이 몇 배로 되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을 때를 상상하며 “위험스러울 정도로 불안정한 성질을 지닌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가 다른 나라를 다룰 때, 국내의 비판자들을 다룰 때, 통치하고 법을 집행할 때, 휘하의 사법 당국과 정보기관들에 지시를 내릴 때, 언론과 야당을 다룰 때, 자당 내 반대파를 다룰 때” 자기 파괴적 자아통제 불능이라는 성격장애가 결정적으로 작동하리라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의 말썽 많은 언행을 정치적 전술이 아니라 정신적인 병적 증상의 발현이라고 보는 분석은 후보 경선이 본격화한 올해 초부터 이미 제기됐었다.

트럼프 자신이 인생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않으며 때로는 1시간 남짓 자도 괜찮다고 자랑하고 다닌 ‘수면 박탈(sleep deprivation)’ 증후라는 것이다.

‘수면 혁명’이라는 책을 낸 허핑턴포스트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지난 4월 CNN에 출연,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짧은 수면시간 자랑에 대해 “트럼프가 미국 수면의학회(AASM)가 발표한 만성적인 수면박탈 증상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 단순한 정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기분이 수시로 오락가락하며, 쉽게 흥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차분히 듣지 못하며, 타인에 대한 불신·두려움 등에 따른 편집증적 경향에 무의미한 말들을 계속 반복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허핑턴은 트럼프의 심신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게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대에 사는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에게도 “충분한 숙면”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엔 ‘자기 도취 증, 인종차별주의자, 골목대장, 어릿광대, 폭군, 거짓말쟁이, 명성 강박증, 사실 부인자’ 등 트럼프에게 붙는 온갖 수식어들이 저마다 일리는 있지만, 수면박탈이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이론’이라고 주장하는 칼럼이 실렸다.

‘트럼프에 대한 통합 이론’이라는 제목의 칼럼은 “트럼프의 짧은 손가락이 핵 단추에 놓여 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이 위험스러운 사내”의 “부은 눈덩이와 얼굴”에서 “밤에도 정신을 쉬게 못 하는 충동적이고 헛되이 불안스러운 사람”을 본다고 말했다.

칼럼은 트럼프가 온갖 수면박탈 증후를 보인다며 “판단력이 떨어지고, 기본적인 정보조차 처리하지 못해 거의 늘 잘못 알고 있고, 멋대로 상상하며 집중력이 결여돼 쉽게 주제에서 이탈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미숙하고 갑작스러운 분노 표출, 갈등 조장”도 들었다.

밤잠은 낮 동안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잠을 자지 못하는 바람에 트럼프는 자신이 들은 것을 확인이나 점검하지 않고 그대로 충동적으로 받아들인다.

흑인의 범죄에 관한 거짓 통계를 리트윗하는 등 잘못된 정보나 거짓된 음모설 같은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도 “어깨를 으쓱하며 솔직히 내가 본 것은 아닌데 누군가가 그렇다고 하기에 리트윗한 것일 뿐이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과거 이라크전을 지지했던 사실에 대해 “내가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는데”라고 말하는 망각이나 9.11테러 공격 때 수만 명의 미국인 무슬림이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하는 것을 보고 환호했다고 기억하는 환각 증세 역시 극단적인 수면박탈의 부작용이라고 이 칼럼은 지적했다.

지난 3월 허핑턴포스트 칼럼에 소개된 하버드 의과대학의 패트릭 풀러 신경학 교수는 “수면박탈의 부정적인 결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며 조심성, 집중, 작업 기억(정보를 일시적으로 보유하면서 여러 인지 과정을 통해 계획적이고 순서 있게 처리하는 기억), 고등 인지기능이 우선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칼럼은 산업혁명이 시작됨과 함께 잠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밤낮없이 일하는 게 남자다운 힘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것 때문에 트럼프도 남성적인 정력과 추진력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3~4시간 만의 잠으로도 충분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풀러 교수는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렇다면, 그의 인지적 기능이 자신의 최고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수면학계에선 잠을 거의 자지 않고도 심신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선천적으로 유전자를 그렇게 갖고 태어난 극소수에 불과하고 거의 전부는 하루 7~8시간을 자야 정상 기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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