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괴담 속출…일부 교류 일시적 중단·연기
2일 현재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경제와 무역, 통관 등 분야에서 한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보복조치는 없으나 무언의 압박성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우선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나서 사드 비판에 나섰으며, 관영 CCTV는 지난주에 한국의 대표 화장품인 마스크팩에 불량품이 많다는 내용을 장시간 보도했다. 일부 중국 매체는 한국에서 성형 수술해 부작용을 겪은 중국인들 사례를 집중 조명하는 등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사례를 부각하고 있다.
한 대형 한국 화장품 업체는 최근 통관검사에서 ‘성분 불합격’ 처분을 받았고 대기업 계열의 소비재 수입업체는 최근 지난 2년간의 관세 전수조사를 받은 뒤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상하이에서는 매년 중국에서 공동 토론회를 진행해왔던 한국의 한 연구기관은 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공동 주최 대신 참가만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아차 공장이 있는 옌청(鹽城)의 중국 자동차부품업체들은 협력 프로그램으로 매년 한국에 초청을 받았는데 최근 업체들의 거부로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산 제품을 납품받는 중국 국유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상부의 눈치를 보느라 납품 시점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공기관에 펌프를 납품해온 한 한국 업체는 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지금은 의사결정 못하는 상황이니 분위기 보고 난 다음에 수주 여부 결정하자”는 말을 들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도 한국 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다롄(大連), 탕산(唐山)시 등 일부 지역의 중국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매장에서 우유 등 한국산 제품은 사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광둥(廣東)성에서 지난 7월에 진행하려던 이천쌀 홍보행사는 바이어 측의 요청으로 8월 이후로 연기됐다. 중국 칭다오시는 대구치맥축제에 불참을 통보했다가 교류를 계속하는 대신 민간 차원으로 형태를 바꾸고 규모를 줄였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국제적 요인을 이유로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을 규제할 것이라는 홍콩 언론의 보도도 지난 1일 흘러나오기도 했다. 자유시보와 빈과일보는 중국 여자 배우 양미(楊冪)가 한국드라마 판권을 구입한 뒤 다음 달부터 중국판을 촬영하려고 했지만, 최근 준비 작업이 정지됐다는 소문이 중국 연예계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사드 배치 지역인 경상도 지역 등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인 여행 동향에 대한 연합뉴스 질문에 “한국 단체 여행 신청이 정상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최대 여행사이트 시에청왕은 “한국으로 여행을 제한하는 공문이 내려온 적은 없으나 사드 영향으로 대구로 가는 중국 여행객이 대폭 줄어든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베이징지사 관계자는 “사드 이후 한국행을 취소하는 승객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산둥성이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저우의 한 화장품회사가 포상관광을 위해 직원 2천명을 한국으로 보내는 협의를 진행하다 사드 이후 동남아로 방향을 돌렸다면서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이나 단체들의 경우 한국행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 한중 교류 정상 진행 중…“보복 언급 성급해” = 이처럼 중국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사드와 관련해 한국에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있으나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중국의 공식인 조치는 없다”면서 “현재 그런 문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상호 간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류 스타들의 출연분이 삭제됐다거나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가 취소됐다는 등 ‘사드 보복 사례’ 루머 또한 대부분이 거짓이거나 실체 없는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철, 엑소 등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 진출한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에 변동이 없다”고 확인했다.
중국 연합국제학원 롼지훙(阮紀宏) 부교수는 홍콩 신보재경신문에 기고한 논평에서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와 한국 관광을 취소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와 국민의 압박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롼 부교수는 “최근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격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일본을 원망하는 중국 국민이 일본에서 폭발적인 구매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에 대한 압박이 일본보다 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드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단언하기에 조심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다.
코트라(KOTRA)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아직 한국 농식품과 수출품 등에 대한 검역통관이 눈에 띄게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는 현상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 제품을 겨냥해 중국 세관 당국에 내려온 중앙정부 차원의 지침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개별 세관 공무원들이 사드에 대한 자국 정부의 단호한 반대 입장에 맞춰 통관, 검역 등의 분야에서 과거보다 엄격하게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있다고 업계 소식통은 전했다.
상하이의 한 무역회사 대표는 “화장품, 식품 등 제품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종이 타격이 클 텐데 아직 명시적인 압박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중국 측 거래 상대가 지레짐작으로 겁먹고 거래를 보류, 지연시키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측은 “소비재, 원자재 중간재를 취급하는 업체들로부터 아직 중국 측과 사업이 취소, 결렬, 중단됐다는 사례는 듣지 못했다”며 “다만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사드 문제에 관련해 중국 언론이 나서서 중국 정부를 외곽 지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정도이지 보복 조치의 단계라고 표현하기도 이르다”면서 “일부 문제로 제기된 것도 중국이 규정에 맞게 하는 정도며 한국에서 너무 심각해 하면서 앞서 나가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