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로마 첫 여성 시장 라지…정치신인에서 신데렐라로

伊로마 첫 여성 시장 라지…정치신인에서 신데렐라로

입력 2016-06-20 09:09
업데이트 2016-06-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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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엉망인 로마에 살게 할 수 없어”…5년 전 정계 입문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첫 여성시장이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변호사 출신의 비르지니아 라지(37)는 19일 이탈리아 지방선거 결선투표 직후 발표된 출구 조사에서 집권 민주당 진영의 상대 후보를 따돌린 것으로 나타나 로마 시장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의 인터넷 투표를 거쳐 로마 시장 후보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이었던 그는 불과 4개월의 짧은 선거 운동 기간 단숨에 전국구 ‘신데렐라’로 떠오르며 2천700년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장 자리를 꿰차게 됐다.

1978년 7월 생인 그는 로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로마 토박이로 라디오 방송 PD인 남편과의 슬하에 일곱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다.

로마 3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내 아들이 지금 같이 엉망인 로마에서 살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1년 오성운동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013년부터 로마 시의원으로 일하며 교육과 환경 문제에 특히 관심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지 후보의 급부상은 2014년 말부터 이탈리아 정계를 흔든 마피아 범죄 조직과 로마 시청의 결탁 의혹을 계기로 부패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더 깊어진 로마 시민들이 기존 정치와 비교적 무관한 새로운 인물에게 그나마 기대를 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로마는 외과 의사 출신의 마리오 이냐치오(민주당) 전임 시장이 작년 10월 사적인 식사에 미미한 수준의 공금을 유용했다는 비난에 처하자 시장직에서 사임하며 8개월째 시장이 공석인 상황에 놓여 있는 터라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외부적 반사 이익과 함께 외모나 능력 등 라지 후보의 개인적인 매력도 지지도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는 나이답지 않은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와 논리적인 언변으로 TV토론 등에서 기성 세대에게는 신뢰감을 심어줬고, 상냥한 태도와 호감형 외모를 앞세워 젊은층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아울러 거대 담론보다는 생활 밀착형 언어를 쓰며 일상 생활의 병폐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약효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경험 부족을 문제 삼는 일각의 우려에 “로마 토박이라 로마 곳곳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올림픽과 같은 거대한 이벤트를 유치하는데 힘을 쏟기 보다는 열악한 교통과 도로 인프라, 쓰레기 수거 문제, 빈약한 교육 시스템 등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으로 표심을 파고 들었다.

정계 입문 불과 5년 만에 소속 정당 오성운동에 2009년 창당 이후 가장 큰 전리품을 안긴 라지는 단숨에 이탈리아 정치 심장부 로마를 접수함으로써 향후 개인적으로도 더 큰 정치적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마테오 렌치 현 이탈리아 총리도 30대에 피렌체 시장을 지낸 뒤 이 경력을 발판으로 총리직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라지 후보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014년 말 로마 시청에 마피아 등 조직 범죄 집단이 침투해 각종 공공 입찰 등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마피아 수도’라는 오명을 안게 된 로마는 공공 부채만 120억 유로(약 15조8천억원)에 달하고, 공공 인프라도 극히 열악해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상황이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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