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테러범, 흑인 살려줬다” 증언…‘아프간 폭격 복수’ 언급

“올랜도 테러범, 흑인 살려줬다” 증언…‘아프간 폭격 복수’ 언급

입력 2016-06-15 11:34
업데이트 2016-06-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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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20대 흑인 여성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너무 크다”

미국 올랜도 총격 사건의 테러범이 인질 가운데 흑인은 살려줬으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폭격에 대한 복수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흑인 페이션스 카터(20·여)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격 참사로 기록된 올랜도 테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카터는 방학을 맞아 사촌인 아키라 머레이(여), 친구 티아라 파커(여)와 함께 올랜도를 찾았다.

세 사람은 참사가 일어났던 ‘펄스’ 나이트클럽을 찾아 당시 클럽이 준비한 ‘라틴 나이트’ 행사를 즐겼다.

흥겨운 라틴 음악을 즐기던 카터 일행은 자신들이 곧 테러범 오마르 마틴의 인질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마틴의 총격으로 클럽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카터는 화장실로 도망했다. 참극 속에 카터도 다리에 총을 맞은 상태였다.

카터는 이날 플로리다 병원에서 마련된 생존자 기자회견에서 “총을 맞는 순간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화장실로 피신했지만 카터는 마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마틴이 경찰 협상가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 맹세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카터는 설명했다.

테러범은 미국이 자신의 나라에 폭탄을 퍼붓는 것을 멈출 때까지 자신의 살상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전화를 통해 했다.

마틴은 뉴욕 출신 미국인이지만 부모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다.

경찰과의 통화를 끝낸 마틴은 인질 중 한 사람에게 아랍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어 가까운 거리에서 웅크리고 있던 인질들을 향해 “여기 흑인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카터는 회상했다.

그녀는 자신의 경우 너무 무서워 대답을 못 했지만 화장실에 숨었던 다른 흑인은 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틴은 이에 “나는 흑인들과 별문제가 없다”며 “이것은 내 나라와 관련한 일이다. 당신들은 충분히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라틴 나이트’ 행사가 열렸던 만큼 많은 히스패닉(라틴아메리카계)이 클럽을 찾았고 푸에르토리코 출신을 포함한 히스패닉 다수가 희생됐다.

텔레그래프는 다만 “마틴이 클럽 안에서 많은 흑인을 이미 죽인 상태였다”고 전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마틴은 진입을 위해 화장실 벽에 붙은 사람들은 물러서라는 경찰의 고함을 들었다. 올랜도 경찰은 인질을 구출하려고 장갑차로 나이트클럽 벽에 구멍을 냈다. 이후 경찰과 테러범 사이의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테러범은 사살됐다.

카터는 경찰의 진입 전에 테러범이 마지막으로 세 명을 죽였는데 그 가운데 자신을 보호하려 한 사람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카터는 “나를 막아줬던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터와 그의 친구 파커는 참극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클럽에 같이 갔던 사촌 머레이는 사망자 49명 가운데 포함됐다.

머레이는 애초 카터와 함께 클럽을 빠져나왔지만 파커를 찾으려 다시 클럽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카터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너무 크다”며 마치 세게 부딪히는 파도를 견뎌야 하는 제방과도 같은 중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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