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테러범, 미국인이다”…아프간 정부·주민들 피해 우려

“올랜도 테러범, 미국인이다”…아프간 정부·주민들 피해 우려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6-14 18:21
업데이트 2016-06-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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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총기난사 테러범
올랜도 총기난사 테러범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클럽에서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오마르 마틴.
AP 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 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 오마르 마틴(29)이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 2세대로 드러나자 아프간 정부와 주민들이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아프간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프간 주둔 미군을 도운 아프간인 통역 등의 미국 이주 지원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유럽 국가들이 아프간 난민을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살인자는 아프간인”이라며 아프간 등 이슬람권 이민자들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아프간 정부 수뇌부는 잇따라 이번 사건에 애도를 나타내면서도 용의자가 아프간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언급은 애써 피하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랜도에서 벌어진 잔인하고 용서할 수 없는 범행을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비극적인 사건으로 피해를 본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용의자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총리 격인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최고행정관(CEO)도 13일 내각 회의를 주재하며 “테러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올랜도 사건은 테러가 종교, 국경, 위치와 상관없이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해 이 사건을 특정 국가나 종교와 결부시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 시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이번 사건을 자국과 관련지으려는 움직임을 거부했다.

엔지니어인 모하마드 무사는 “미국 친구들이 한 사람의 행위를 국가나 민족, 종교 등과 결부시키지 않기 바란다”고 WP에 말했다.

다른 시민 잠시드 사르다르자이는 “마틴은 미국에서 태어나 거기서 자랐고 결혼도 그곳에서 했다”며 “그의 개인적 범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성격과 관련해 “자생적 극단주의에 따른 테러행위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아프간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마틴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성지순례를 이유로 2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아프간을 방문한 기록이 없는 것도 아프간 정부로서는 다행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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