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힐러리로 급속 통합…오바마 선거 지원-샌더스 협력 약속

美민주 힐러리로 급속 통합…오바마 선거 지원-샌더스 협력 약속

입력 2016-06-10 07:35
업데이트 2016-06-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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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경선과정 분열상 일거에 수습하고 오바마 효과까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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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민주당 대선후보’ 공식선언
힐러리 ‘민주당 대선후보’ 공식선언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뉴욕 주 브루클린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당신들 덕분에 우리는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경선 승리와 함께 당 대선후보로 확정됐음을 공식으로 선언했다. 2016-06-08 AP=연합뉴스
‘진보의 아이콘’ ‘트럼프 저격수’ 엘리자베스 워런도 힐러리 지지
힐러리의 흑인-히스패닉-젊은층 표심 공략에 절대적인 도움 예상

미국 민주당이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급속히 통합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의 극심한 분열상 때문에 당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전격적으로 협력 모색을 약속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를 공식 선언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사불란한 본선 대오를 갖춰가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본선에 앞서 자신의 공공연한 ‘비밀병기’ 오바마 대통령과 ‘게임 체인저’ 샌더스 의원이라는 두 천군만마를 동시에 얻은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은 9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 회동 직후 각각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와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에서 “클린턴 전 장관보다 대통령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편이다. 열정을 갖고 어서 나가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순한 지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오는 15일 대표적 경합주로 꼽히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인 위스콘신 주(州) 출격을 시작으로 클린턴 전 장관 지원유세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의원 역시 회동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재앙이다. 유권자들이 여성과 소수집단을 모욕하는 사람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고, 조만간 클린턴 전 장관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샌더스 의원은 마지막 경선인 오는 14일 워싱턴DC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마친 뒤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의 이 같은 동시 입장 발표는 트럼프 저지와 민주당의 대선 승리라는 대의명분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대권가도에 결정적인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이메일 스캔들’, ‘벵가지 사건’ 등 그동안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여러 악재를 털어내는 계기로도 삼을 수 있다.

실제 두 사람은 클린턴 전 장관의 약점을 절대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임기 말의 대통령과 달리 50%를 넘는 국정지지도를 자랑하고 있는데다가, 흑인은 물론이고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계 사이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더욱이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벨트, 즉 미시간과 미네소타, 위스콘신 주(州) 등 중서부 대도시 주변의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있어서도 ‘오바마 카드’가 적잖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승리했던 위스콘신을 첫 출격지로 삼은 것도 이런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샌더스 의원은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미국 주류 정치와 열악한 경제 상황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백인들과 청년층을 흡수하면서 경선 마지막까지 클린턴 전 장관을 바짝 위협했다.

당내에선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본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일각에선 ‘힐러리 대통령-샌더스 부통령’ 조합이 필승카드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젊은층에 어필하지 못하고 ‘부자-기득권 이미지’가 강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샌더스 의원의 지지와 협력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샌더스 의원의 열성 지지층 가운데 과연 얼마나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한 여론조사에선 샌더스 의원의 주력 지지층인 백인과 청년 진보층의 5분의 1가량이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 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진보의 아이콘’,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의 지지도 적잖은 힘이 될 전망이다.

이날 밤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워런 의원은 하버드대학 법과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초선임에도 개혁적 성향 덕분에 ‘힐러리 대항마’로까지 거론돼 온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개혁을 위해 창설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특별고문을 지내면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각종 금융 개혁법 입안에도 관여했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은 두 사람의 지지와 협력 약속을 등에 업고 그간의 ‘수세 모드’에서 벗어나 ‘공세 모드’로 본격적으로 전환한 모양새다. 본선 맞상대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종교·여성차별 발언을 맹공격해 온 클린턴 전 장관으로 앞으로 그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미 전날 하루에만 워싱턴포스트(WP), 폭스 뉴스,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주요 언론과 릴레이 인터뷰를 갖고 ‘트럼프대학’ 사기 의혹 사건과 함께 멕시코계 연방 판사에 대한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싸잡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대공세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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