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내 北노동자 ‘강제노동’…작업중 참혹한 죽음도”

“유럽내 北노동자 ‘강제노동’…작업중 참혹한 죽음도”

입력 2016-05-30 16:57
수정 2016-05-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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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연구소 조사…현지법규·국제규약 위반 논란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체불, 휴가 미지급, 법정 근로시간 위반, 산업안전 법규 위반.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술, 담뱃값을 빼곤 거의 모두 몰수당하는 강제노동.

유럽으로 외화벌이에 나선 북한 노동자들이 현지 노동법규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강제노동을 한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아시아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EU(유럽연합) 내 북한 강제 노역, 폴란드 사례’ 예비보고서(이하 보고서)에는 이런 실태가 담겼다.

연구팀의 조사를 촉발한 계기는 폴란드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외화벌이 노동자 전경수 씨의 2014년 사망사건이었다.

전 씨는 조선소 탱크 안에서 파이프라인을 용접하다가 순식간에 불길이 온몸에 옮아붙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전 씨의 신체는 이미 95% 이상 불에 탄 상태였고 전 씨는 그대로 다음 날 숨을 거뒀다.

폴란드 노동당국의 조사 결과 전 씨는 방화복과 같은 안전 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은 채 불에 훨훨 탈 수 있는 옷을 입은 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현장에는 감독관도 있지 않았다.

전 씨는 초과 근무를 제외하고 주 6일,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집과 작업장을 제외하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었으며,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노동 계약서나 여권도 갖고 있지 않았다. 휴식 시간에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이데올로기 교육에 강제로 참여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열악한 노동실태가 전 씨의 사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체제 붕괴를 막을 수단으로 노동자를 외국으로 보내 외화벌이에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주도로 설립한 국영회사가 이들 노동자를 훈련하고 감시한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는 유럽에서 북한 노동자에게 취업 허가를 가장 많이 내주는 나라 중 한 곳이다.

폴란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 노동자에게 취업 허가서 총 2천783건을 발급했다.

폴란드 노동 당국이 2010년부터 조사한 결과 폴란드 내에서 북한과 관련 있는 32개 업체 중 28개사가 북한 노동자를 377명을 고용했다.

이 가운데 77건 불법행위가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사기로 인한 취업, 취업 허가와 다른 곳에 인력 돌려쓰기,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 체불, 휴가 미지급, 법정 근로시간 위반 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공산주의 체제의 강제노동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과 노동을 착취하는 현지 기업이 모종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파견 노동자 선발과 관리는 북한 노동당, 당 고위 관계자들이 소유한 북한 중개회사가 독점한다.

노동당원, 착실한 기혼자이거나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수록 해외에 노동자로 파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자가 버는 돈은 중개회사가 가져간다.

개인 노동자들은 폴란드 업체에서 받는 자신의 실제 급여가 얼마인지 모르며 개인 은행 계좌도 소유할 수 없다. 이들은 중개회사로부터 술이나 담뱃값 정도의 아주 적은 생활비를 현금으로 받는다.

북한 노동자들은 개인적으로 직접 서명한 계약서나 급여 명세서를 받지 않는다. 계약서 서명은 대부분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근로 조건은 강제노동에 해당하며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해 현지 법규를 위반할 뿐만 국제규약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유럽에서 일어나는 북한 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EU 회원국과 고용주가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권리와 지위를 통지하고, 중개회사와 하도급업체에는 책무를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북한 노동자 근로 조건과 관련된 EU 내 인권과 노동권 침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제노동기구(ILO)와 각국 노동당국도 필요한 조처를 하며, 소송 등을 통한 노동자 보상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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